샹크스에게는 양 팔이 필요 없다.
이 글은 샹크스의 강함을 어필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며, 미샹논쟁의 논거로 쓰기 위한 목적에서 쓴 글도 아니다.
물론 글 제목은 엄밀히 말해 샹크스에게 양 팔이 있으면 좋다. 더 낫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논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과장하였다.
일종의 어그로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샹크스가 한 팔을 잃은 상황에 대해, "두 팔로 검을 쓰는 것이 한 팔로 쓰는 것보다 무조건 강하다. 혹은 그 반대는 무조건 약하다." 는 흔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
먼저 샹크스의 검을 보도록 하자.
샹크스의 검은 흔히들 세이버(Saber), 혹은 사브르라고 불리는 검 끝이 한쪽으로 휘어진 양날검이다. 특히 사용자의 손을 보호하기 위한 D자형의 손잡이까지, 정확하게 펜싱 종목이기도 한 사브르의 형태를 띄고 있다.
세이버는 주로 중세 기병의 기동전술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무기로, 넓은 곡률로 베기의 반경을 극대화해 다양한 각도에서 찌르기, 베기 등의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특징을 가진다.
전통적인 세이버 검술의 특징으로는 7방위, 7베기의 다양한 공방궤도를 가졌고 찌르기는 부수적으로 활용되었으나,
현대적으로 오면서 몇가지 개량이 이루어졌고, 크고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찌르거나, 상대의 손목과 같은 작은 부위를 노려 툭 치는 작은 베기가 선호되기 시작했다. 펜싱의 사브르 종목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논지인, 왜 한쪽 팔의 중요성이 낮냐를 부연해 보겠다.
펜싱에서는 검수가 아닌 한 팔의 사용이 금지되는데, 공정한 스포츠 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보호장구 없이 실전으로 진행되는 사브르 검술이더라도
사브르 검술은 애초 이격거리를 두지 않고 붙어 싸우는 검법을 구사하지 않는다. 사브르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애초 상대방과의 거리를 유지 한 채 중갑 사이의 작은 틈이나 급소를 노리며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원격전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검을 쓰지 않는, 한쪽 팔, 손의 역할은 무엇이냐? 바로 "무게중심"이다.
사람이 걸을 때, 앉거나 일어설 때 모든 자세를 바꿀 때 무게중심은 이동하기 마련이며, 특히 펜싱과 같이 한 쪽 몸이 기운 자세를 취하게 되면 무게중심이 편향되게 되므로, 이를 보조해주는 역할인 것이다.
사람에게 당장 신체결손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무게중심을 잃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도 갖은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그럼 사지하나를 잃는다면, 사람은 영원히 불구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의 몸은 기적적이어서, 후천적인 사고로 신체결손을 당한 사람들이라도 부던한 노력과 적응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정상급 기량을 되찾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몸의 무게중심이 이동했을때, 다시 변화한 몸 위치에 맞추어 몸의 평형감각을 회복하는 훈련은 오히려 운동능력을 회복하는 것에 비하면 더 쉽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알다시피 펜싱은 편측성 운동이다. 펜싱 선수들이 신체불균형을 호소하는 실례는 여러 차례 있어왔고, 주로 검을 쓰는 쪽이 과도하게 발달하고, 무리가 가게 된다.
이 과도한 편향성을 다스리기 위해 평소 쓰지 않는 쪽으로 부던한 노력을 한다.
우리 몸에게도 좌우평형을 맞추려는 본능이 있고, 신체결손이 발생하면 시각을 잃은 사람에게 청각이 발달하는 것을 보듯이
다른 쪽의 기능결손을 메우려는 몸의 자생회로가 작동하기도 한다. 자신의 노력과 본능적인 자생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쓰지 않던 쪽이라도 다른 쪽의 기능에 맞추어 발달하는 것은 오히려, 더 쉽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편수검법이 양수검법에 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호크가 구사하는 양수일도의 투 핸디드 소드 검법에 비해, 내리찍는 검압이나 휘두르는 검격에 실리는 힘은, 낮을지 몰라도 투 핸디드 소드로는 절대적으로 공격이 불가능한 궤적으로의 공방을 구사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빠른 쾌검술의 구사가 가능하다.
편수검이냐 양수검이냐는 일장일단이고 싸우는 스타일의 차이지 검법의 우열에 의해 승부가 가려지는 게 아니다. 기량의 차이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한손검이 무조건 양손검에 밀릴 거라는 생각은 정말 모르는 소리다. 애초에 샹크스의 사브르 검법은 한손밖에 쓰지 않는다.
정확히는 검도이긴 하지만, 위의 동영상을 보자. 양상이 좀 다르긴 해도 양손검의 운용이 드러나는 편이 많다. 검도가 특히 더 그렇긴 하지만,
양수검은 공격궤도도 단조로울 뿐더러 공격 후 회수하는 텀이 길어, 사실상 한 합 한 합의 묵직한 공격이 이어진다.
반면 펜싱을 위시한 편수검은, 검을 맞부딪혀 검압을 겨루는 것보다는 상대의 힘을 검날을 이용해 흘리거나 빈틈을 노려 찌르기를 구사한다.
애초 사브르 등의 원핸디드 소드가 투핸디드 소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출발한, 보다 나중에 개발되어 유행한 검법이라는 점도 상기하자.
이미 오다의 의중은, 샹크스의 외팔이 샹크스의 스케일에 큰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단 미호크와의 라이벌 구도도 지속시키고, 사황이라는 위치를 계속해서 유지함으로써, 신세계 및 원피스 후반부 영향력과 비중이 막대한 최정상급 위치를 계속해서 점유하리라 보는 것이 개연성이 높다. 이스트블루 해수에게 한 팔을 먹힌 것은, 이 만화의 주인공 루피에게 해적이 될 모티브를 준 계기이자, 감동 기믹이며, 보은의 클리셰다. 샹크스를 약해지게 하기 위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모든 외팔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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