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츠쿠요미와 마다라는 과연 정의인가?
무한 츠쿠요미 (無限月読).
달에 츠쿠요미의 형상을 띄워 달이 비추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환술을 거는 궁극 환술이다. 무한 츠쿠요미를 발동시키는 과정을 '달의 눈 계획 (月の目計画) 이라 하며 제츠 -> 우치하 마다라 -> 우치하 오비토 의 순으로 실행된다. 이 계획이 제츠의 본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우치하 마다라의 손에 쥐어지고 나서는 불완전한 세상을 아예 멈춰버리고 기존의 인류에게 영원한 꿈을 선사한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하지만 작중 어느 누구도 이 계획의 모순점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넌 나쁜놈이야!' 라고만 해대는 바람에 진짜 정의는 우치하 마다라가 아니냐는 반응과 더불어 오히려 주인공인 나루토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작품의 완성도에 금이 난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우치하 오비토는 '넌 호카게가 되고 싶었잖아!'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넘어가고 말았다. 4차 닌자 대전이 일어난 당시의 닌자 세계는 1,2,3 차 닌자 대전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 마음속에 상처를 입었으며 폐인의 침공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나서도 5대국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어 어느 한 쪽이 자극을 받으면 또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극장판에서도 나오듯이 특히 평소 구름 마을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바위 마을 또한 다른 마을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모순적인 이 나라를 한번에 뒤집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우치하 마다라의 의지는 2014~5년의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나루토 진 주인공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린건 단순히 작가의 역량 탓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제목이 '나루토' 이고 소년만화이며 주인공 또한 나루토인만큼 주인공이 선인 세상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어찌보면 최종보스라고도 일컬어질 수 있는 우치하 마다라가 오히려 정의의 편이 아니냐는 생각을 독자로 하여금 하게 한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만화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종 보스의 의견을 뒤집고 그 계획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정의를 내세워 더욱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키를 가지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주인공 '우즈마키 나루토' 였다.
나루토란 작품은 기본적으로 처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구박만 받고 제대로 된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한 주인공 나루토가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일어서고 자신의 정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영웅이 되어가는 스토리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우치하 마다라의 달의 눈 계획 때문에 토비라는 괴물이 만들어 졌고 그 괴물이 나뭇잎 마을을 침공하여 나루토의 부모님을 죽여 나루토는 힘든 성장과정을 겪게 된다. 달의 눈 계획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 주인공이 제대로 된 반박도 못하고 그냥 넌 틀렸고 내가 옳아! 라고 말하는 식으로 풀어버린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마다라의 이 계획은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와 매우 흡사하다. 자신의 이상세계를 만들기 위해 반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인다 라는 하나의 기둥을 가지고 자신의 이상을 정당화 하기 위해 더욱더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그 모습.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마다라의 결과는 보장된 영원한 행복이었으며 라이토는 보장 되지는 않은, 어찌보면 공포에 의한 지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마다라의 계획에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다라 본인 또한 세계의 모순에 회의감을 느끼고 모순된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했을 것이고 실제로 모순이 존재하지 않을 법한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 또한 커다란 모순을 낳고 말았는데, 그 모순은 다름아닌 마다라로 하여금 회의감에 들게 하던 그 모순과 같은 모순이다. 바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 계획의 희생자인 나루토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야히코, 수많은 4차 닌자대전 희생자들, 구미 침공 당시의 희생자들 (이루카를 포함할 수 있다), 그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유족들에게도 적지않은 절망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전쟁으로 인한 희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애초에 달의 눈 계획이 일으킨 파장 또한 4차 닌자 '대전', 즉 전쟁이다. 꿈 속에서 죽었던 이들이 다른 이들의 꿈에 나온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실제로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진짜' 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허구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그 결과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는 그에 반하는 이들의 의견은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독재자의 마인드와 일치하는 점이다.
무한 츠쿠요미는 그 내용만 들여다 보면 정의가 맞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 치의 모순도 없는 정확한 정의와 일치한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인한 사망자 (피해자) 들의 수 또한 적지 않고 살아있는 유족에게는 그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난 그야말로 허황의 세계를 보여주어 자위를 시키는 악랄한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한 사람에게 가혹 행위를 실컷 한 뒤 기억을 조작해서 없던 것처럼 (혹은 반대로 좋았던 기억처럼) 만드는 것이랑 똑같다고 볼 수 있겠다.
나뭇잎 마을의 초대 호카게인 하시라마에게 있어서 마을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 심지어 자식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다. 그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그 둥지를 넘어 그걸 파괴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히 적일 수 밖에 없다. 좋은 결과를 위한 희생도 결국은 그 당사자의 허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 것이며 진정한 행복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적절히 절충시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법이 완전하지 못한 것도 이로 인한 것이며 그 문제점들은 정신적 지주 (주인공) 를 내세워 하나하나씩 다 함께 극복해 나감으로 좀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주제로 이끌어낼 수도 있었던 만화를 이렇게 풀어내어 의문을 품게 한 데에서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