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태풍의 눈
내 마음 초롱한 입구 어귀로 잠잠히 새벽이 뒷걸음친다.
어서 와, 어서 와. 마음의 횃불 사이로 떨어지는 불꽃에
가만스레 얼굴을 씻는 그대야.
너의 잔잔한 파문에도
나는 사정없이 꽃이 되어버려.
이 내 꽃을 거둘 생각은 없니?
말린 꽃잎이 되어 네 달콤한 일기장에 갈피가 되마.
무참히도 고요한 너의 미소가 내 혈관 속을 헤엄쳐.
나의 체온은 곧 네 입술의 온도가 되고,
불현듯 네게 입을 맞추고 싶어진 것은 비밀로 하자.
그대야,
그대는 가만있었는데
왜 내게는 없던 바람도 불어와?
왜 나를 이렇게 송두리째 흔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