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랑 살아가는 법 #08
#08 귀신과 휴식했다"뭔가 개학날부터 엄청 피곤해..."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바닥에 누웠다.
"음, 저의 즐거운 일 오라 버프를 받으셔서 그런 거예요! 틀림없어요!"
귀신씨가 내가 누운 상태를 기준으로 머리 위쪽에 엎드려서 날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만약 귀신씨 때문이라면 귀신씨를 공격해야겠네."
"에? 어째서요?! 아, 그렇구나~ 공격한다는게 그런의미군요! 하루를 h씬으로 끝내시려하다니 진우씨도 참~"
수줍어하는 표정인 '척' 하는 귀신씨.
이걸 그냥 진짜로 덥쳐..? 같은 용기따윈 없다. 어차피 안보이니 성범죄법 같은건 적용 안되겠지만 귀신한테 원한산다는 말의 어감이 이상하므로 생략한다.
"음, 집에 왔는데 그다지 할 건 없네."
"다시 나가실래요?"
"거절한다."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고 귀찮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히로인이 한 명 더 늘을 기분이였는데 말이죠~"
"그럼 더더욱 싫어. 애초에 내 주위에 그런 인물은 없어."
"하아? 없다니요! 일단 메인 히로인인 저!"
벌떡 일어나서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는 귀신씨.
"음... 설령 있다고 해도 넌 도우미역 같은 느낌인데 말이지."
"에?! 제 어필이 그런 정도밖에 가지 못했나요?! 그렇다면 여기서 당장 기정사실을!!"
모든 물건이 방탄인 만화에서 나오는 무녀옷 입은 주인공에게 충실한 캐릭터같은 대사를 하고는 옷을 벗으려 하는 귀신씨.
"목욕 먼저하려고?"
"네!"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보다 저 옷도 실체화의 개념이 있는 건가? 빨아야 하려나...
"아앗!! 방금 제 옷들을 뒤져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입어보려는 생각을 하셨죠!!"
욕실 밖으로 얼굴만 내놓고 말하는 귀신씨. 역시 가리잖아? 귀신씨가 이상한 것을 장난으로 말해도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내가 덥칠 거라고 생각 안하는 건가?
그럼 나야말로 남자다움을 어필 못한게 되는건가?!
"응."
"오오~ 진우씨가 좋다면 저도..."
부끄럼타는 모드로 전환한 귀신씨.
"구라임."
"헐!"
엄청 실망한 표정으로 욕실문을 닫는 귀신씨.
"그래서 진우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
둘 다 탈없이 목욕이 끝나고 TV시사토론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근데 어째서 알몸셔츠..."
"목욕 뒤에는 역시 이거죠! 조금 물이 남아있는 몸 때문에 딱 달라붙어서 윤곽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하의를 안 입었지만 미묘하게 가린다는 점에 의해 호기심과 성충동을 자극하는 그런 물건입죠!!"
평소처럼 엄청 신난듯이 설명하는 귀신씨. 위쪽 단추를 2개정도 안 잠궈서 뭔가 계곡이 보이는 느낌이지만 생략한다.
"가격은?"
"지금 사시면 삼만구천팔백원! 삼만구천팔백원에 싸게 드립... 이거 진우씨꺼 아닌가요?"
"어, 맞다만..."
그러니까 왜 내 셔츠를 입고 있냐고. 게다가 가격 비싸!
"그럼 벗을게요!"
"그만둬."
귀신씨가 벗으려는 것을 손날로 머리를 치는 딴죽으로 훌륭하게 막아냈다.
"그러면 나중에 옷 사주실래요?"
"뭐, 상관은 없어."
보통 용돈을 게임기나 만화책, 학용품, 책 등등 여러가지 사는데 쓰이지만 부모님에 의해 전부 보급(?)되고 공부는 포기한지라(성적은 나쁘지 않다.) 용돈이 썩어난다.
"오! 그러면 메인 이벤트 데이트를 수락하신 거군요! 호감도를 팍팍 올리자구요!"
다른 사람에게 안보이겠지만. 실체화 하면 되겠지 뭐. 아, 하면 안되나? 옷을 입어봐야 하긴 할텐데.
"음... 그런데 저기 토론에서 여성부라는 것은 뭔가요?"
귀신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 설명하자면 좀 긴데."
그렇게 10분 후.
"바보같아요!!"
"엥?"
갑자기 설명이 끝나자마자 소리지르는 귀신씨.
"그건 여자를 위한 것이 아니예요!!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는 쪽이예요. 그렇게 남자의 일상생활의 쾌감을 줌으로써 같이 사는건데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유가 좀 그렇지만...
"그리고 과자 생김새가 어때서요!! 그런거엔 남자들은 욕정을 가지지 않는다구요!!! 여자의 진정한 몸을 아는 남자들은 그런 과자따윈 사 먹지도 않아요!"
비장한 표정의 귀신씨. 멋진데? 라고 순화시켜본다.
"난 그것보다 게임을 12시 까지밖에 못하는 제도가 싫던데."
"게임만인가요?!"
"그렇다만."
"그럼 괜찮아요~ 자가발전용 일본어 학습 프로그램이 가능하니까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신씨가 한 말이니 쓸때없는 거라고 치고 무시.
"그보다 너 사회를 은근 자주 까는데?"
"세상 살기 힘드니까요!"
넌 귀신이야.
게다가 그런 명랑한 목소리로 눈을 크게 뜨고 말해봤자 설득력 레벨은 음수의 수치를 찍는다고.
"하아암... 읍!"
시사토론의 영향으로 내가 하품을 하는데 손가락을 넣는 귀신씨.
당황스럽지만 그대로 응징.
"흐냐앗!!"
내 손바닥에 의해 저지되는 귀신씨의 공격.
"뭐하는 거야 넌..."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몸에 힘이 빠지고 무력해진다던데 아니였군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말하는 귀신씨.
"그딴걸 나에게 실험하지 말라고..."
"그딴거라뇨!! 엄청 중요한 남성의 테크닉이라구요!!"
일어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화내는 귀신씨.
"남성의 테크닉을 어째서 네가 하는건데?"
"저는 백합도 환영! 수(受) 캐릭터를 대하기 위해서면 당연해요! 진우씨가 여자였으면 제가 밀어붙이는 전개였겠죠!"
"그냥 변태구나 넌. 그리고 귀신한테 덥쳐지는건 뭔가 어감이 안좋은걸..."
음... 잠깐만.
"남자는 안 덥치는거야?"
그냥 그저 궁금해졌을 뿐. 진짜다. 믿어주길 바란다.
"그러면 제가 기어오는 누구씨랑 캐릭터가 겹쳐버리잖아요!"
그렇군!! 이 아니라 겹쳐도 상관없지않아?!
"원하신다면 할 생각이긴 하지만요! 데헷~"
"아니, 포크맞기 싫으면 하지마."
"음... 근데 뭐가 이렇게 지루한거지?"
마치 쓸때없는 이야기만 나오는 라노벨 같은 느낌이야...
"에... 성욕을 주체 못하셔서."
귀신씨의 등에 브라질리언 킥을 시전.
"흐갸앗!!!"
효과는 굉장했다.
"아야야... 그러면 바람이라도 쐬시는건 어떤가요?"
"오, 웬일로 좋은 방안을."
당장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히로인이 한명 생기겠지만요... 계획대로야..."
뭔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뭐, 그다지 중요한 발언은 아니였겠지 뭐.
귀신씨같은 여동생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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