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답지 못한 것들 - 박얼서
'지붕을 씌워 하늘이 없어진 앞집 옥상
사방을 유리벽으로 두른 오뉴월 정자마루
제 놈 뒹구는 자리만 지키는 누렁이
산을 박차고 내려온 야생 멧돼지
악행을 본체만체 슬그머니 지나치는 종교인
시위소찬(尸位素餐)에 약아빠진 공인들
자기 일이 아니라며 졸고 있는 양심들
쓰르라미의 절규도 못 듣는 난청증'
막 여름 한낮에 내 앞에 거슬리는 것들이다
어쭙잖은 것들이다. 구차한 것들이다
세상 곳곳을 정신없이 떠도는 중이다
저답지 못했던 허상 것들, 비겁한 것들
꼴값하는 세상 그것들을 읽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