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입니까? 저는 오타쿠 입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
"일단 칭찬해두지 그 많은 미소녀를 외면하고 올줄이야"
"..."
"날- 쏘고가라..."
펑-!
"어이, 진짜로 쏘면 안돼 잖아! 쏘는거 말고 대사가 하나 더 있잖아! 이래선 패러디가 안된다고!"
"비겁한 변명입니다-!!"
"에-엑!!"
엄친아 입니까? 저는 오타쿠 입니다
-엄친아와 오타쿠와 불량배.
거리.
거리, 수많은 사람, 소음, 여름날의 강렬한 태양빛.
그리고-
오타쿠.
나는 지금 나츠코믹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손에는- 양손에는, 양손으로도 들기 벅찰만큼 엄청난 양의 미연시와 동인지, 그리고 피규어가 들어있는 종이백이있다
. 그리고 그런 오타쿠 옆에 엄친아가 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기분이 나쁘지않다. 오히려 이 녀석에게 고마움을 느끼고있다.
"어이, 네 놈은 집에서 놀고만 있는 주제에 어디서 돈이 생기는거냐."
"알면 다친다. 현실로 똘똘뭉친 리얼충"
나츠코믹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가기위한 비행기 표를 구해준 것이 이 녀석이다.
"마음에 않드는군 그 말투는"
"겨우 비행기 표 한 장 끈어준거 가지고 뻐기지말아줘"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있는 두 남성.
좀 더 정확히-
한 손에 책을 든채 '나 엄친아야, 리얼충이야'라는 냄새를 풍기며 걷고있는 한 남성
양 팔뚝에 엄청난 양의 종이백을 걸치고 양손으로는 PSP를 두들기며 걷고있는 한 남성
"그런대, 우린 왜 걷고 있지?"
"..."
뭘 모르는군. 새로산 미연시 게임은 걸으면서 하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으니까. 아니, 미연시가 아니라도 좋아. 만화, 노벨, 피규어. 이 종목들은 산 직후 걸으면서 즐겨야 된다는 룰이있다고.
모르겠다고?
그럼 왜 아침 늦게 일어난 여학생은, 학교에 지각하기 직전에 일어난 여학생은 입에 빵을 물고 있나
정답은
모른다-.
그저 그렇게 정해 놓은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걷고 있는것은 당연한 것이다.
"무시하지마라 벌레"
"한 번만 더 날 벌레로 불렀다간 각오하는게 좋을꺼다. 그리고 새로 구입한 미연시는 걸으면서 하는 거라고, 그게 '룰'이라고."
"너희 오타쿠들의 룰이라는 건 조금 피곤하군"
"아, 이벤트다."
"어이-"
어이- 어이- 그렇게 인상쓰지 말라고. 너도 책을 읽으면서 걷고 있잖아. 아니면 너 혼자 버스든 택시든 탈것에 타서 가버리라고.
다시-
자잘한 이야기를 걷던 두 남성 앞이 어두워진다.
그림자.
여름에 강렬한 햇빛을 받아 잘 보이지 않던 PSP에 전자문자가 뚜렷이 보인다- 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의해서 그늘이 졌다. 흔이 우리가 말하는 그림자. 무언가에 만들어진 그림자 밑으로 내가 들어온 것이다.
"어이~ 형씨들~"
"잠깐 서봐"
"머냐 이거, 공부벌레랑 오타쿠냐?"
낯선 남성의 목소리-
흠- 그거군 미연시에서 흔이 일어나는 그것이군. 주인공과 히로인이 데이트를 하던중 제 3자의 개입이 들어오고 주인공이 그 상황을 멋지게 클리어- 하는 그런 이벤트. 하지만 지금 난. 남자랑 걷고 있다고 이런건 이벤트가 아니야. 벌칙게임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을 선택지로 생각해보자.
-1. 이벤트 루트로 도립한다.
는 각하. 무조건 기각, 각하, NO다.
-2. 도망친다.
는 무리. 내가 달리기라도 했다간 뛰는 반동으로 인하여 내 새로운 컬렉션들에 기스가 갈 우려가 있다. 그러니 NO다.
-3. 무시한다.
이거다. 난 무시한다. 뭐 옆에 있는 3차원 엄친아군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이야~ 우리가 집에갈 차비가 없어서 말이야~ 돈 좀 꿔주라~"
굉장히 리듬감있는 어조를 가진 불량배 A가 말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일단 저쪽 으로 가자"
라고 말하는 불량배 B
"야, 돈내노라고"
마지막으로 불량배의 리더로보이는 C, 뭐- 불량배의 대사라면 이정도 뿐이지. 어디에나 등장하는 보캐(보조캐릭터)의 대사다. 아무런 뜻 없이 분위기만 조성하면 되는그런 대사이다. 나머지는 이 대사에 내 옆에있는 도움이 캐릭터는 어떤 반응을보여주는 가다. 여기서가 중요해 지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뜻하지 않게 강제 이벤트 루트로 도립한다면... 귀찮다.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
제발 잘 선택해라 엄친아! 넌 3차원에 살고있는 인간이니 무사히 넘어갈수 있을거다!
"닥쳐라 쓰레기들. 쓰레기들이 쓰레기통에서 기어나와 내 앞에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쓰레기 같은데 말까지 걸다니 기분이 정말 쓰.레.기.갔군"
오... 마지막 강조하듯이 딱딱 끊어말한 쓰레기...가 아니라... 지금 뭐?
"꺼져라 눈이 쓰레기가 되 버릴 거 같다. 아니 지금 당장에라도 내 자신이 쓰레기가 될 것 같다."
이것이 엄친아의 선택지인가. 이것이 리얼충의 선택지인가. 아무리봐도 이건 아니잖아. 봐봐, 어안이 벙벙해진 세 녀석의 표정을, 잘 못 됬다고 그 선택지!
엄청난 발언에 PSP에 그려진 히로인에세서 눈을 때고 고개를 들어 엄친아의 얼굴을 보았다. 당당하다. 흐트러짐 없이, 정말로 쓰레기를 보는 듯한 얼굴로 말하고 있다
"어이... 그 선택지... 위험하다고..."
이렇게되면 이벤트 확정이잖아!
"아- 아- 돈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줄 테니 꺼져라"
아- 사람에게 돈을 뿌리는 행위는 어떠한가? 솔직히 나는 기분이 굉장히 나쁠 것같다. 사람을 깔보는 행위중 가장 높은 단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그런 장면은 3차원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알 고 있는 것이다. 그 행위가 얼마나 질 떨어지며, 자신에 심(心) 깎아내리는, 자신의 존재와 인격을 추락시키는 행위라는 것을, 3차원엔 전혀 흥미가 없는 나 같은 오타쿠들도 이것은 상식이다. 상식중에 상식이다.
허나 지금 내 눈에는,
물체의 반사된 빛이 내 망막으로 들어와 보여주는 이미지는-
돈이 흩날리고 있다-.
아- 저질러 버리셨군요. 엄친아씨.
"줍고 사라져라, 가자 서민"
"아니... 아... 그... 정말로 쓰레기로 보이는구나 저 세 사람..."
"당연하다"
싸움이다. 절대적으로 싸움으로 번질 것이다. 상식과 이론은 이제 필요없다. 이 상황은 누가 선이고 악인 것을 떠나 싸움이다.
"어이! 잘 못 됬잖아! 틀렸잖아! 이러면 않되잖아!!"
"왜 흥분하지? 돈이 필요하다고한 쓰레기들과 마찰을 피하기위해 내 스스로 손해들보고 저 세 쓰레기가 원하는 물질을 주었는데"
"그게 잘 못 됬다고!!"
빠져나가야되 이 어처구니 없는 이벤트에서, 이 말도 안나오는 루트에서.
일단 저 불량아들을 진정 시키는 것 부터다. 진정될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하는 거다.
"아... 저기 죄송합니... 줍고있어!!!!"
이 자식들 줍고있어!!! 에-엑!! 에-에!!
"봐라 해결됬다. 음, 이런걸 등가교환이라고 하는 거지.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저 쓰레기들은 돈을 었을 수 있고"
"이상해 그 등가교환!!"
"아니, 내가 돈으로 시간을 산 것인가?"
아 됬어! 넌 됬어!
"어이 너희들 불량배잖아? 양아치잖아? 그걸로 되는 거냐고?!"
쭈그린 채로 바닥에 널브러진 돈을 줍고 있는 불량아들.
불량아라면 욕이라던가, 침이라도 뱉던가, 주먹을 날리던가, 뭐, 그런 여러가지에 선택지가 있잖아
"에~ 우린 돈만 있으면 되니까~"
"돈만 있으면 되"
"이제 볼 일 없다. 꺼져라. 오타쿠"
정직해!! 너무 정직해!! 불량아가 아니었어!!
"시끄러워!! 줍지말라고 너희들!!"
"시끄러운건 너다 서민. 가자."
막장이다!!
-끝
작가의말.
쓰다보니까 길어져서 그냥 끝냈어요. 이렇게 1편과 2편에서 두명의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줬어요. 눈치 채셨어요? 모르셨죠?
그것보다 제가 중학교 때 시내에 갔다가 흔이 말하는 일진를 만난적이 있었어요. 그때 앞에있는 모르는 여성분을 엄마! 라고 부르면 달렸던 기억이 있네요
부끄러워라...
"이변편은 별로 에로하지 않아... 실망이야"
"그것보다 우리 이름은? 엄친아와 오타쿠로 쭉 갈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