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전에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던 외지주 팬픽 하나 싸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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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화과를 졸업하고 동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2년.
늘상 쉴틈없이 붓을 놀려댔던 길었던 5일이 지나고 평온한 주말의 아침이 찾아왔다.
창문의 틈새로 새어나오는 따사로운 햇살과 동시에 이불 위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제갈공의 목소리가 이태성의 잠을 깨웠다.
"주군! 주군! 아침이야! 오늘은 주말이니까 하루종일 놀자!"
"으음.. 어디 좀 점잖게 깨워주면 덧나냐?"
"그치만, 나 주군이 없는 주말은 1분도 못견디겠는걸. 주군이 없는 시간은 나한텐 너무 긴 거시이야.."
이태성이 제갈공의 머리카락을 쓸어 어루만지며 육중한 근육질의 몸뚱이를 일으킨다.
"헤헤 매일매일이 휴일이면 좋을텐데.. 아, 참! 주군한텐 매일매일이 휴일...아얏..!"
이태성이 한 손으로 제갈공의 콧잔등을 꼬집는다. 그러고는 자기쪽으로 끌어당겨 눈을 맞춘다.
이태성의 그윽하고 느끼한 눈빛과 마주한 제갈공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짜아식, 잘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게졌네"
"저.. 저질!"
제갈공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태성의 손을 쳐내곤 얼굴을 더욱 붉히며 소리쳤다.
"주군은 저질이야!!!"
"지가 먼저 디스해놓고선ㅋㅋ 하여튼 화내는 모습도 커여워요ㅋㅋ"
"창피하니까 그만햇!"
"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소년원 다녀올 뻔 했으면 이제 나잇값 좀 해!"
"그건 그렇고, 휴일인데, 오늘은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서 이리 일찍 깨운거야?"
"그건 아니구.. 그냥 조금이라도 주군과 함께 있고 싶어서... 헷"
"야, 날씨도 좋은데 바람 쐬러 공원이나 가자"
"아 그건 좀..."
"너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계속 롤이나 할 거 잖아"
"쳇, 들.켰.노."
제갈공이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는 되지도 않는 힘으로 끙끙거리며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버텨본다.
끈질긴 실랑이 끝에 결국 못이기는척이라도 해준것이라는듯이 뾰로통해진 제갈공이 이태성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이태성의 거칠고 두꺼운 손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제갈공의 여리고 부드러운 고사리손의 촉감이 맞닿은 피부으로 이태성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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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주군이랑 단둘이서 오붓하게 있고 싶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좀 있네"
"아무리 일찍 나왔다지만 주말이니까."
형형색색으로 꾸며놓은 조형들과 그 사이로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커플들,
제갈공이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시원한 아침바람에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말없이 한없이 행복해보이는 커플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너 무슨 생각하냐?"
"아무것도."
"거짓말, 그런것치고 겁탈이라도 계획한거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어딨냐"
"내가 뭐 주군인줄 알아?!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했어!"
"솔직히 말해봐"
"뭐가!"
"되고 싶은거 잖아... 평범한 커플..."
말문이 끊어진 제갈공의 뒤로 나뭇가지들이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전에 그 핫도그인지 갓도그인지 하는 걔 성전환 했다는 이야기... 들었지?"
"...."
"아직 준비가 안되있었다면 미안하다. 그치만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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