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벚꽃색의 겨울 - 1
아르크 | L:5/A:45
258/390
LV19 | Exp.6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 | 조회 901 | 작성일 2015-02-13 01:27:49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벚꽃색의 겨울 - 1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며 귀퉁이에 달려있던 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작은 종이 쨔릉- 하며 맑은 소리를 내었다. 이윽고 들어온 소녀, 사에는 현재 다니는 학교의 교복인지 흰색 바탕에 검은색 카라와 스카프의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다. 카라 끝자락엔 흰색줄이 2개가 들어가 있어 단정함에 미감을 더했다. 여타 교복들과 다른 점이라면 원피스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일까? 주위는 어두웠다. 창가에서 빛은 들어오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전등같은건 일체 켜놓고 있지 않은지라 가게의 깊숙히 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문에 조금 시원한 느낌도 드는 것 같았다. 가게는 수많은 물건들로 차 있었다. 개구리의 해부 모형,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는 저울, 흑옥으로 된 비녀, 부적이 붙은 나무상자, 테두리가 예쁘게 장식된 거울... 각양각색의 다양한 물건들이 저마다 한자리씩 꿰차고 있었다. 소문대로 없는게 없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오래된 물건들이 차 있는 이 곳에서 사에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보통 중학교 2학년의 여자아이들은 좀 더 귀엽고 밝은 이미지의 물건들을 찾을텐데 말이다. 사에가 이 곳을 찾아온 이유는 있었다. 다른 곳에선 팔지 않는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그것을 팔지 안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녀가 아는 선에서 이곳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기... 아무도 없나요?" 목소리를 한톤 높여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돌아오는건 메아리밖에 없었다. 흐릿하게 가게 안 쪽에 문이 보였지만 그 곳에 다가갈 용기는 충분치 않았다. 다행히도 안 쪽에서 발소리와 함께 나무로 된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는 곧, 사람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청색 유카타를 입고 있는 30대 초중반의 남자. 아마도 이 가게의 주인인 듯 했다. "너구리영감.... 은 아닌거같고, 손님?" "ㄴ...넵!" "전당포에는 무슨 일로?" "앗.. 저기, 그러니까..." 소녀는 잠시 운을 뗀 뒤, 양손을 앞으로 모아 힘주어 말했다. "봄을 빌려주세요!!" ----- "에?" 주인장은 벙찐 채로 반문했다. 아니 반문이라기보다는 리액션에 가까웠다. 소녀의 위시리스트는 그만큼 터무늬없는 것이였다. 봄이라니, 계절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사에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90도로 허리를 숙여가면서까지 간청했다. "봄을, 빌려주세요!"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건지 주인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양손을 내저었다. "아니, 순간 잘못들은걸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말이야. 응, 그래. 봄을 원하는구나. 그렇네-" 말이 순간 빨라진 주인장은 호흡을 가다듬고는, "...신종괴롭힘? 아니면 뭐, 내기에서라도 진건가? 이쪽이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런 음침한 가게에 들어와서 어이없는 부탁을 하는둥의... 그런거? 경찰에 연락해줄까?" 이번엔 소녀의 차례. "아뇨아뇨! 그런게 아니라 어떻게든 봄을 빨리 구해야되서..." 주인장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일단 한 여름이란 말이지... 반년 하고 조금 더 기다리면 될텐데... 뭘 기대하고 온 건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평범한 전당포야. 이래저래 요괴가 나올 것같긴 하다만, 단순히 오래된 물건들이 있을 뿐이고" 소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어떤 사정이 있음은 한눈에도 보이는 것이였지만 그 사정을 캐묻진 않았다. 명백히 실망한 표정이 얼굴에 들어나는 그녀에 대해서 그는 머릿 속에서 해야할 말들을 고르고 있었다. "저기, 꼬마아가씨. 가끔 놀러와. 봄을 빌려주진 못하겠지만 차정돈 대접할 수 있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폐를..." "그런건 신경안써도 돼" "...이만 전 가볼께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손을 흔들어주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나가기 위해 붉은 빛을 띈 미닫이 문에 손을 가까히 했을 때, 사에의 힘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힘으로 가게의 문이 박력있게 활짝 열렸다. 문 앞에 있는 '것'은 너구리였다. 단순히 동물원 같은데에서 볼 수 있는 너구리였다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크기가 달랐다. 문의 세로길이보다도 조금 더 커서 귀부분은 가려져 있었다. 코 앞 10cm 앞에서 커다란 털가죽을 본 사에는 천천히 고개를 올려 그것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틀림없는 너구리였다. "...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으로, 소녀의 동공은 초점을 잃었다. "여어, 주인장. 부탁한 '겨울의 숨결'이다" 유창한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 그 거대너구리는 허리춤의 호리병을 흔들어보였고, 그 모습을 본 주인장은 이마를 짚었다. 그제야 거대너구리는 배 앞에 사에의 존재를 눈치챘고 재빨리 이마 위에 나뭇잎을 붙이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의 아저씨로 둔갑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차라리 둔갑을 하지 않는 편이 더 현실적이였던거 같지만.... ----- 전당포의 안쪽은 생각보다 넓었다. 단순히 방 하나쯤 있겠거니 했지만, 오히려 집 한 채에 가까웠다. 일본풍 고식집에 단순히 앞을 전당포로 꾸며놓은것 뿐이랄까. 외부에서 보면 양옆의 시멘트 건물로 인해 달리 알수 있는건 없었기에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했다. 구조가 고식집이라고는 해도 전당포의 물건들이 집안 내부까지 침식하여 좁은 복도를 따라 박물관처럼 물건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세 명은 원탁이 놓여진 다다미방에서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힌 두명과 한 마리지만... "에... 그러니까, 이 전당포는 인 외의 존재들을 위한 거래소 같은 건가요?" 자기소개와 함께 상황설명을 마친 전당포 주인 타쿠마씨는 약초꾼 왕너구리 겐지로씨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취급물품도 다양하고, 고객들도 다양하지, 여기 너구리요괴도 그 중 하나고" "요괴긴 해도 해는 안끼치니 긴장같은건 안해도 돼" 겐지로는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인상으로 그렇게 말했다. 생긴게 험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정도 크기의 너구리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순수한 생각이였다. "대신....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효과음으론 '고오오오오' 가 적당하지 않을까? 표정은 읽기 힘들어도 너구리의 넙적대대한 얼굴이 가까워져오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사에의 오들오들 떠는 모습으로 만족했는지, 겐지로는 다시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주인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도 내오지" 분위기로 봐서는 말차라도 내올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가 가져온 것은 얼음과 함께 글라스잔에 든 아이스티였다. 집 안이 나름 시원하다고 해도 뜨끈한 차를 내오진 않나보다. 대신 주전부리는 쿠키같은 양과자가가 아닌 김맛센베... 미묘한 그 배합에 아리송해 하는 사람(동물)은 없었다. "그럼 일단 물품을 봐 보도록 할까?" 물품이란건 아마 겐지로가 가게에 들어왔을때 내뱉었던 '겨울의 숨결'인가보다. 겐지로는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진갈색의 부적이 붙은 호리병을 타쿠마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인 그는 익숙치 않은 호리병의 겉모습에  의아해하지 않고 바로 마개를 뽑아 열었다. 뽕- 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호리병은 그 내부를 노출했다. 이제까지의 대범한 손짓과는 다르게 타쿠마는 서서히 그 호리병을 옆으로 기울였다. 안쪽에 든 무언가를 쏟아내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후 호리병의 입구쩍에서 쏟아지는 안개같은 수증기. 마치 그 안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연출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방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아직은 춥다, 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밖의 온도에 비해선 터무늬 없이 시원한 온도다. 어딘가 바캉스라도 온 기분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한기를 즐길 겨를도 없이 타쿠마는 재빨리 마개로 입구를 닫았다. 그러면서 그는 씨익 하며 웃어보였다. "아- 좋았어, 틀림없네... 올 여름은 무난히 버티겠구만?" 호리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서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겐지로를 쳐다보았다. '위협적인'이 아니다. 뭔가 냉정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보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 타쿠마와 겐지로의 거래가 끝났다. '겨울'의 핵으로부터 소량 채취한 '숨결', 한기를 띄고 있기에 주위의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올해 여름나기를 위해 타쿠마는 '천리안'과 교환했다. 천리안은 딱히 그 이름처럼 천리를 볼 수는 없지만, 한정된 장소에서 무언가를 찾을땐 유용한 물건이다. 1년을 거의 산에서 활동하는 너구리요괴, 겐지로에게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보였다. 물건 교환을 마친 겐지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현관의 미닫이 문을 열고 돌아갔다. 이제 전당포엔 사에와 타쿠마, 둘만 남아있다. "일단 사과부터 해 놓을까...?" "...에?" 반문해 오는 사에에게 타쿠마는 머쓱해하며 말을 내뱉었다. "확실히 말이지... '봄'은 있어, 정확히는 봄가루, 뿌리는 것 만으로 꽃을 피우거나 하는 물건이." 사에의 눈이 동그래졌다. 거대너구리를 본 시점부터, 그가 가져온 '겨울의 숨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예상했을지도 모르지만, '봄'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럼 빌려주실 수...!!" "아니, 여러 문제가 있어. 먼저 말했듯이 여긴 인간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야. 평범한 물건은 제공하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고. 처음에 숨긴 것도 그 이유. 거짓말 한 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비밀... 인건가요?" "응" "...아무한테도 말 안하면 괜찮지않나요?" 타쿠마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대체로 인간은 안믿거든..." "그..그럼 반대로 제가 퍼트린다고 협박한다면요?" "그땐..." 타쿠마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어 사에와의 거리를 좁혔다. 갑자기 다가오자 사에는 뒤로 반걸음 정도 물러났지만, 그것만으로 타쿠마가 내미는 손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타쿠마의 검지와 중지가 사에의 이마에 닿았다. 그리고 그곳에 빛이나는듯 하더니, 사에의 몸이 휘청거렸다. 정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녀의 눈은 스르륵 감겼고 그녀의 몸이 쓰러지기전에 타쿠마는 사에의 겨드랑이 쪽으로 손을 넣어 등쪽을 잡아 받쳐주었다. "...기억을 지울 수 밖에" "흠... 오랜만의 인간인데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구만" 제 3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타쿠마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위쪽이였다. 그곳엔 까마귀 한 마리가 있었다. 별로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단순한 까마귀였다. 까마귀는 다시 부리를 열었다. "뭐, 이쪽이 참견할 거리는 아니지" "야타인가, 와 있었나보네" 홰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야타' 라고 불린 까마귀는 타쿠마의 왼쪽에 위치한 선반 끝에 내려앉아 사에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어디서 본듯한 얼굴..." "일단 이 동네 아이인거 같으니까" "뭐어...그럴테지, 근데 이제부터 어떻게 하려고?" 타쿠마는 으음 하고, 한숨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일사병으로 가게 앞에 쓰러져있던걸 주웠다거나..." ------ 사에는 눈을 떴다. 불과 얼마 전에 겐지로와 타쿠마와 이야기를 했던 그 방이지만, 아무래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 본 듯, 주위를 신기해하며 둘러보더니 자기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음을 자각하고 황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여...여긴 어디?" -------- --------
개추
|
추천
1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카멜
오 재밌네요 설정이 마음에 들어요
2015-02-13 22:59:25
추천0
[L:37/A:221]
종이
봄을 산다... 뭔가 굉장히 메르헨틱하네요ㅎ
2015-02-15 12:01:44
추천0
카멜
다음화 안나오려나...
재밌는데
2015-03-13 21:37:47
추천0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4519 창작  
제목 미정; 장르- 마법 [14]
아르크
2012-11-22 2 571
4518 창작  
잿빛세계 [4]
아르크
2013-03-15 0 615
4517 창작  
움직이지마!!(FREEZE!!) - 2 [1]
아르크
2012-12-04 0 534
4516 창작  
움직이지마!!(FREEZE!!) - 1 [6]
아르크
2012-12-02 1 592
4515 창작  
소설사 -7 [6]
아르크
2012-11-10 2 682
4514 창작  
할로윈 특집- 검은 밤의 할로윈 [10]
아르크
2012-11-05 3 702
창작  
벚꽃색의 겨울 - 1 [3]
아르크
2015-02-13 1 901
4512 창작  
파란의 청부업자 - 1
아르크
2013-05-21 0 669
4511 창작  
boy-meets-girl page-1 [1]
아르크
2012-12-22 0 595
4510 창작  
동전의 뒷면은 은색으로 물든다 (침묵죽이기용) [1]
아르크
2013-01-03 0 640
4509 창작  
"어서오세요"-1 지시문 하나없는 개막장 만담물 [8]
아르크
2013-01-09 0 594
4508 창작  
MeChaNiC - 1 [3]
아르크
2013-01-07 0 616
4507 창작  
MeChaNiC - prologue [1]
아르크
2013-01-07 0 561
4506 창작  
소설사 - 5 [10]
아르크
2012-10-26 3 637
4505 창작  
소설사 - 4 [7]
아르크
2012-10-20 4 578
4504 창작  
소설사 - 3 [9]
아르크
2012-10-12 1 545
4503 창작  
UNFORGIVEN : Prologue - Dirt [8]
아르크
2012-10-03 2 636
4502 창작  
소설사-2 [12]
아르크
2012-10-01 2 580
4501 창작  
소설사 - 1 [10]
아르크
2012-09-26 2 685
4500 창작  
로이드 - 8 [2]
아르크
2012-10-11 0 678
4499 창작  
문예부 - 1 [1]
아르크
2013-10-04 0 680
4498 시 문학  
죽음
아르크
2013-06-08 0 747
4497 시 문학  
시가 유행인가?! 그럼 나도!!
아르크
2013-06-08 0 781
4496 창작  
인게이트 - 3 [2]
아르크
2012-09-01 1 531
4495 창작  
인게이트 - 2 [17]
아르크
2012-08-22 3 597
      
<<
<
231
232
233
234
235
236
237
238
239
24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