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雪夜) : 김광균 시
설야(雪夜) : 김광균 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 감상 : 심상의 제시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김광균의 모더니즘 계열의 시로서 눈오는 밤의 정취를 사랑했던 한 여인의 추억과 중첩을 시키며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인의 시적 경향이 회화성 강조의 시풍에서 인간의 정서를 동시에 강조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