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 유치환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黃金) 사자(獅子) 나룻
오만(傲慢)한 왕후(王候)의 몸매로
진종일 짝소리 없이
삼복(三伏)의 염천(炎天)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胡蝶)도 못오는 백주(白晝)!
한 점 회의(懷疑)도 감상(感傷)도 용납지 않는
그 불령(不逞)스런 의지의 바다의 한 분신(分身)이 되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