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아리아 초 - 최동일
Ⅰ
뒤늦은
조반상(朝飯床)을 물리고
피워 문
연기 속에
흡뜬 너의 눈
가장자리 서서히
서리는 아침 안개
곳곳에 푸른
언약으로 맺히운
소롯한 꽃망울은
아주
옛날
비 개인 처마 끝
빛나는 은빛
빗방울로 밝아오던
꿈이런가
바람은 자꾸
움 트는 화단의 흙냄으로 묻어나는
프시케의 분수(噴水)
― 아니면 험한
어둠을 헤집고
타 오르는 불꽃이듯
하오(下午)가 겨운
들녘에
기를 쓰고 밀리어 간다
Ⅱ
네가 불던 풀피리
그 소리 여운은
아직도
삼삼히 귀에
살아 도는데
봄은 몰래
몰래 또 와서
어깨 위로 몇 마디의
의문을 던지며
버선발로 살풋
툇마루에 걸터앉누나
여독(旅毒)이 배인 팔과
다리
이마엔 송송
솟는 땀방울 ―
씻지 않고 마냥
콧노래만 부르고 있구나
실은
방안 그득 굴러 넘치는
실로퐁 소리
취해 듣노라면
연전(年前)에 시집 간
누야의 애탄 그리움 속에
피어나는
개나리꽃
오늘 밤엔
살구꽃 만개(滿開)한 뒤란에
꾀꼴새 울 때면
오마던
그 녀의
실눈썹이나 애써
그려 보겠네
Ⅲ
터밭 가엔
점점 화안하게 터지는
감탄사(感歎詞)
불어오는 남녘 바람일랑
모조리
품 안에 담뿍
안고서
수수깡 울타리
겹겹이 휩싸인 채
들러리 눈부시게
이파리가 나부낄 적
다시
소스라쳐 깨어나는 작은 얼굴은
사뭇 밝은 그늘
그늘 속 외론 나날
흙을 털고 나온다
― 나와선 어디론가
곧장
발길을 옮긴다
<나는 알리
어느 수요일 밤
자선(慈善)음악회
화려한 무대 위에 산산이
부수어지던 갈채의
잔 가루를, 또
많은 청중의 미소가
일곱 빛깔로
한 데 찬연히
피어 번지던 경이(驚異)의
장내를…>
Ⅳ
울림처럼 하염없이
번지거라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듀엣의 낭랑한
음률 속에 잠이 든다
― 변성기의
성대(聲帶)
테너의 드맑은
음조로 노래 부를
당신이여
말간 햇살을 받고
허공에 떠도는 뜨거운 연가는
건넌 산 너머에까지
흘러
원군(援軍)인 양 더욱 머언
해협(海峽)을 질러
한 나절 고이 자란
풀섶에나 숨질
알찬 봄의
아리아
들뜬 마음으로
더러는 뜬소문이 나도는
바닷가에 나가
간밤에 치솟은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나 보지
온통
들끓는 유혹 속에
앙갚음을 위하여
내내 벼른
열 손가락의 유희(遊戱)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보조개엔
어느 틈에 패이는
기쁨이여 ―
Ⅴ
기쁨이여 길어다오
병든 꽃잎의
화관(花冠)을 벗고
오뉴월 땡볕에 쪼들린
즈봉을 갈아입을
즈음 ―
성급히 치른
선의의 보복 앞에
우쭐이던 자네 제발
겉치레만 번드르르 뽄때나는
예의보단
아예 다소곳이
유화(柔和)한 한 마리
비둘기를 보게
머잖아
거뜬한 맘으로 네 앞에
쾌히
웃을 수 있다면 ―
흐르는 구름발에
미련마저 까마득히
띄워버리고
나도 새삼
어엿한 내가 되어
한 번쯤은 너와
좋이
꽃다림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