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伽倻琴) - 조지훈
1. 휘영청 달 밝은 제 창 열고 홀로 앉다
품에 가득 국화 향기 외로움이 병이어라
푸른 담배 연기 하늘에 바람 차고
붉은 술그림자 두 뺨이 더워온다
천지가 괴괴한데 찾아올 이 하나 없다
宇宙가 茫茫해도 옛 생각은 새로워라
달 아래 쓰러지니 깊은 밤은 바다런 듯
蒼茫한 물결 소리 草屋이 떠나간다
2. 조각배 노 젓듯이 가얏고를 앞에 놓고
열두 줄 고른 다음 벽에 기대 말이 없다
눈 스르르 감고 나니 흥이 먼저 앞서노라
춤추는 열 손가락 제대로 맡길랏다
구름끝 드높은 길 외기러기 울고 가네
銀河 맑은 물에 뭇별이 잠기다니
내 무슨 恨이 있어 興亡도 꿈속으로
잊은 듯 되살아서 임 이름 부르는고
3. 風流 가얏고에 이는 꿈이 가이 없다
열두 줄 다 끊어도 울리고 말 이 心思라
줄줄이 고로 눌러 맺힌 시름 풀이랏다
머리를 끄덕이고 손을 잠깐 쓸쩍 들어
뚱뚱 뚱 두두 뚱뚱 흥흥 응 두두뚱 뚱
調格을 다 잊으니 손끝에 피맺힌다
구름은 왜 안 가고 달빛은 무삼일 저리 흰고
높아가는 물소리에 靑山이 무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