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은행나무 - 박얼서
샛노란 가로수 길에
철 지난 푸른 옷 걸쳐 입은
청청한 은행나무 옹고집 하나
발라드 음악을 즐기며
여름처럼 버티고 서있다
젊음처럼 발랄한 개성도 없다지만
끊임없이 등 떠미는 강물 앞에
세월의 정직성 누군들 의심하랴
오늘 잠시 멈춰 놓고
발라드 황제로 모셔진다 해도
내일은 랩뮤직의 무대
유행처럼 번질 터이다
이 일을 어쩌나
자전과 공전이 멈추질 않는 걸
그 옷 거부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한 시절 방황이었을 뿐
이내 곧 큰 흐름이 밀려오고
이야기 추억거리 빈 술잔만 남긴 채
세찬 겨울이 닥쳐올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