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후에 - 박영미
사랑한 후에 - 박영미
아주 작고 여린, 막 날갯짓을 배우려는
새가 있었어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날개를 펴보려는데 날카로운 바위에 그만
날개를 다치고 말았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겠지......
하지만 새는 다시 난다는 게 두려웠어
언젠가는 다시 날아야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새는 다신 그 절벽 위에서
날고 싶지 않은 거야
새는 그 절벽 위에서 다른 새들을 보고 있어
멋지게 날아오르는
자신이 보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새는 기도했어, 하지만......
상처가 빨리 아물고, 덜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하진 않았어
다만 다시 날아봐야겠다는 마음만은
닫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