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노벨 전투신의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txt.
소설에 적합한 새로운 연출기법을 확립하려는 노력은 그뒤로도 계속되었습니다만, 특별히 언급할 만큼 개성적이고 의미있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 가지 기법이 유행하게 되면서, 라이트노벨 전투연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리게 됩니다.
바로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2004)으로 대표되는, ‘심리묘사의 강화’입니다.
전투의 드라마성을 강조하는 ‘심리묘사의 강화’
그래서 카미조는 환희로 떨고 있었다.
무서워? 그럴 리는 없다. 왜냐하면 계속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신의 기적조차 없앨 수 있다고 했으면서 불량배한테서는 도망칠 수밖에 없고 시험 점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있거나 하지도 않은, 그런 도움 안 되는 오른손을 갖고서.
그래도 자기 때문에 한 여자아이의 등이 베였을 때, 회복마법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아파트를 뛰쳐나갔을 때, 와이어를 쓰는 사무라이 여자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했을 때! 자신의 무력감을 저주하면서 한 소녀를 돕고 싶다고, 계속 바라고 있었으니까!
딱히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지나치게 잔인한 이야기조차 없애고 잡아 찢을 정도의 힘이 오른손에 깃들어 있으니까!
겨우 4미터.
다시 한 번 저 소녀를 만짐으로써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카미조는 ‘균열’로─그 너머에 있는 인덱스에게 달려갔다.
그 오른손을 움켜쥐고.
이런 잔인한 이야기의 한없이 계속되고 시시하고 시시한 결말을 없애기 위해.
─카마치 카즈마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일본의 작가지망생들 사이에서 ‘전투묘사란 심리묘사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갈 정도로 현재 라이트노벨의 전투장면 연출에 있어서 심리묘사는 무척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심리묘사의 강화를 추구할 경우, 전투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투를 끝낼 때까지 등장인물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는 것이죠.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치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듭니다. 이 싸움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전지적인 시점에서 비장하게 설명해주면서 강대한 적에게 맞서는 주인공의 의지를 강조하고,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싸우는 이유를 소리치거나 머릿속에서 되새기면서 상대방을 쓰러뜨립니다.
여기서 상대방은 주인공의 전투력에 패배한 게 아닙니다. 주인공이 싸울 결심을 했기 때문에, 혹은 주인공이 성장했기 때문에, 혹은 주인공이 히로인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그 결과 자연스럽게 쓰러지게 되는 거죠.
이와 같은 주인공의 심리에 독자는 감정이입하게 되고, 그 승리의 카타르시스 또한 공유하게 됩니다. 전투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었는지보다는 그 이면에 깔린 드라마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죠. 전투의 승리는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던 갈등의 해소와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기법 또한 라이트노벨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기법입니다. 애니메이션판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에서 너무 길게 이어지는 등장인물의 대사 때문에 시청자들이 어이없어했던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소설 외의 영역에서 이 정도 분량의 심리묘사를 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이처럼 심리묘사를 강화하는 전투연출은 라이트노벨에 특화된 연출기법으로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모에’ 열풍이나 불행한 히로인의 유행 등으로 인해 ‘히로인을 구한다(돕는다)’라는 스토리라인의 작품이 늘어나면서, 히로인을 위해 싸우려고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공들여 묘사함으로써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작품도 늘어나게 되었죠.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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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돌다가 이런글을 찾았네요.
경소설연구하는 곳같은데...
저는 2000년도 이전의 라노벨은 별로 본적이 없어서 잘 몰랐습니다만 어마금의 특이한 방식이 맘에들었습니다.(어마금은 2004년이기도하고)
이런 기법의 시초와 대표적인 작품은 뭐가 있을까...하고 계속 생각했었는데 어마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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