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만추 6권 리플릿 2
스파이 걸
"망할, 그 자식들, 나한텐 잡무만 떠넘기고••••••.
[아폴론 파밀리아]의 파룸 단원 루안 에스펠운 수많은 메모를 보며 투덜거렸다.
워 게임 개최일이 닷새 후로 다가온 가운데, 그는 이른 아침부터 성으로 운반할 물자며 마차를 수배하느라 이리저리 쫓겨 다녔다. 아직 랭크 업을 못한 하급모험자인 데다 약소종족으로 멸시를 사기 십상인 파룸이기도 해, 루안은 파벌 내에섣ㅍ 부려먹기 딱 좋은 위치에 있었다.
"두고 보라지••••••. 내가 핀처럼 되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줄 테다."
루안에게는 파룸의 희망———[브레이버] 핀 다무나처럼 되어 출세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언젠가, 언젠가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언젠가'가 찾아오지 않은 채 이미 몇 년이나 흘렀다. 말뿐인 야망———이미 체념의 단계에 들어선 마음———은 아직까지 싹이 틀 기미가 없다. 허세를 입에 담으며 루안은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나아갔다.
"아아, 진짜진짜 귀찮다. 누거 나랑 좀 바꿔주라———."
"———그럼 내가 바꿔줄까?"
갑자기 옆길에서 불쑥 루안의 눈앞에 나타난 조그만 사내. 판박이, 아니, 모습도 목소리도 자신과 완전리 똑같은 '루안 에스펠' 본인을 보고 루안은 움직임을 멈추며 얼어붙었다.
눈앞의 자신이 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뒤에서 무거운 충격이 찾아오고 루안은 기절했다.
"———끝났나, 서포터 군?"
"네, 헤스티아 님. 필요한 정보는 다 알아냈어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창고, 루안을 가둬놓은 릴리는 밖에 있던 헤스티아 일행에게 내용을 설명했다.
워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공성전에 승리하기 위해———스파이 노릇을 하고자 릴리는 변신마법[신다 엘라]로 바꿔치기할 루안으로 완벽하게 둔갑하기 위해 파벌 내에서의 위치며 다른 단원들과의 관계, 호칭 같은 필수정보를 본인에게 듣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엄청 빨리 알아냈구나••••••. 서, 설마 고문을 했던 건!"
"그 비슷한 거예요. 이 냄새 자루를 코에 들이댔더니 울며불며 가르쳐주더라고요."
"잘 써먹는 것 같아 다행이야••••••."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 나자의 뒤에서, 냄새 자루 제작에 가담했던 미야흐가 메마른 웃음을 보였다. 자백제로 변한 강렬한 냄새 자루를 놓아두고 릴리는 눈을 감았다.
"———[당신의 상처는 나의 것, 나의 상처는 나의 것]"
마법을 영창해 눈 깜짝할 사이에 '루안 에스펠'로 변한 '그'는 웃었다.
"그러면 다녀올게."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의심을 사지 않고 적진으로 혼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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