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악어탈 -2-
43층의 관리자가 살해당한 이후 수백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전설은 여전히 생생히 전해지고 있었다. 탑에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고, 만약 긴 시간이 지난다해도 잊혀질 종류의 사건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하드와 10가주가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온 사건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자하드는 탑의 왕이라 생각되고 있고, 시간적으로도 오랫동안 군림해온 존재이기 때문에 인지도에서 밀려나는 일은 없었다.
자하드는 바로 탑의 주민들의 눈에 들어오는,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지배자'였으니까.
주민들에게 바로 와닿는 왕은 자하드였다. 엔류라는 존재는… 일종의 초월자였다. 속세에서 벗어난 초월자. 관리자라는 신적인 존재를 제거하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달성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거주민들에게는 직접 피부로 와닿지 않는 일이었다.
믿겨지지 않는 신화적인 사건을 진실이라 이를때 느껴지는 비현실감때문에 오히려 직접적인 감탄은 희석된다고 할까.
그러니까 본래 모든 이들이 '비선별인원'이라는 이름에 보내는 시선은 일종의 경외였다.
그러나 그 경외는 한 사건에 의해 단박에 반전한다.
두번째 비선별인원, 펜타미넘의 자하드 왕가 침입에 의한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니 생략해도 될 것이다. 저 사건때문에 어떤 힙합변태가 탑을 오를때 좋지않은 대우를 받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중요한건 왕가 침입사건이 아니다.
그가 엑시즈라는 점이다.
탑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엔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바깥의 절대적인 존재중 하나임을.
그는 먼 옛날 엑시즈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탑 안에서 쌓아온 모든것은, 그들 앞에서는 먼지만큼의 의미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가지로 복잡한 기분이지만, 엔류는 먼저 그것을 생각하기로 했다. 펜타미넘이라는 엑시즈가 어째서 탑에 들어왔는지.
신의 힘을 지니지 못한자들이 신처럼 살기위해 만들어낸 이 '신의 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