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 김승기
부끄럼 타는 새색시
첫날밤을 치루었나
오월 하늘 시트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선홍빛 핏방울
살짝 가린 이불 이파리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 섬겨서 바친 순결의 표징
오늘
하늘과 땅이 合宮을 이루는 날
맑은 햇빛 아래
새소리도 없고
바람도 잠잠,
밤에는 둥그렇게 달이 뜬다 했지
은밀하게 속삭이는 사랑
그 첫경험
부끄러움은 잠시
온몸을 감싸고도는 벅찬 희열
알찬 씨방을 점지하소서
하늘을 받아들이고 나면
눈물나도록 뜨거운 유월
까만 씨로 행복을 키우는
깊고도 벅찬 감동
살 섞는 질펀한 정
첫날밤을 들켜버린
빨개진 얼굴로
고개 숙이고 있는
금낭화
지금은 우리가 축복의 손을 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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