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세계
나는 내 꿈을 아직 찾아가고 있는가...이 단문을 머릿속에서 끌어올리는 데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 의지로 건져올린 사고가 아니였다. 사람만나는 일을 하다보니 알게된, 친하냐 라고 물어오면 '그저 면식이 있는 사이' 라고 밖에 대답을 못할 그런 사람의 말 때문이였다.
나이는 본인보다 두어살 위, 생김새가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았고 말끔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돈이 많아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안경을 낀 인상좋은 아저씨의 이미지
대신 그 얼굴엔 만족감과 비슷한 옅은 미소가 떠나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자 '30대에 이르러서야 꿈을 이루었다' 대충 이런 내용의 무려 30여분간의 장황한 연설이였다.
인간관계의 처사가 사회생활에 의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선지, 솔직히 말하자면 듣기 지루했던 그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주며 그럭저럭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가 무슨일을 했는지, 무엇으로 그리 행복해졌는지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울 준비를 하니, 왠걸? 그의 말을 되집어보게 되는것이였다.
몇번씩이나 '꿈'이라는 단어를 되뇌이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꿈을 이뤘는가
그처럼 미소를 지을수 있는가
최종적으로...
나는 행복한가
대답은 절망적이게도 전부 NO였다
어릴적, 그렇게 하고싶던 선생님이란 직업도 이루지못했다
어쩔수없이 써낸 원서로 대학을 가고 살기위해 쓴 이력서로 채용이 되고...
내가 바란 것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이루어졌을지 한손으로 꼽을수나 있을까?
나에게 있어서 꿈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란 벽은 넘기엔 너무나 컸고 돌아가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후회와 체념, 그 두가지가 섞인 나의 원망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왔고 내가 스스로, 행복해서, 즐거워서 라는 감정을 와해시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그 '꿈'이란 것을 찾아가볼까?
여러모로 힘들것이다. 나이도 혼기가 차 슬슬 선을 보라는 말이 오가고 있고 체력적으로도 지칠것이다.
젊음의 혈기는 온통 세상이란 인당수에 던져버리고 그 대가로 받은것은 막대한 금은보화도 아닌, 공양미 300석도 아닌 몸의 피로와 회색으로 물들어버린 나의 시야뿐이였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계속 잿빛 세계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색채가 화려한 세계로 가기엔 나는 너무 용기가 부족했고 그릇이 작았다. 애매하게 채와 무채의 경계에 남아 어떤이가 차지했어야만 세상의 색을 빼앗는것보다 나는, 차라리 한 모금 에스프레소의 맛 만큼이나 씁쓸한 이 회색세상을 선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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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하고 처음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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