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회-1
내가 발견된곳은 "벙커 발굴지" 내부에서도 깊은곳에 있던 밀실.
[__멸망____회]
라는 간판이 붙은 이상한곳 그곳의 캡슐이라한다.
아마도 그곳에 있던 서류에서 얻은 정보로 미루어 보건대 그 캡슐의 이름은 [냉동 동면 캡슐]
[멸망회] 내부에는 총 9개의 캡슐이 있었고 5개의 캡슐은 열려있었고 2개의 캡슐은 깨져있었으며 한개의 캡슐에는 시체가 들어있었으며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캡슐에 내가 잠들어 있었다고한다.
그리고 그들은 잠들어있던 나를 그들이 자랑하는 하이 테크놀러지의 산물 "무엇이든 부시는 몽키스패너"를 이용해 캡슐을 부수고 꺼냈다고한다.
이상이 내가 "위원장"에게 들은 사건의 전말이다.
물론 사건이라고 부를것도 없을 만한 단편적인일이지만 편의상 사건이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미루어볼때 아마도 인류는 진짜로 멸망해버린듯싶다.
아마 내가 갇혀있던곳의 정확한 이름은 [멸망회]가 아니라
[인류 멸망 대책 위원회] 정도 되는 이름이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세계 멸망 비상 위원회] 라거나
아무튼 그들이 말한대로 정확히 말하자면 시각적으로 그대로 보이는대로 읽어버린 [멸망회]라는 심플한 이름은 아닐것이다.
만약 그게 이름이라면 세계를 멸망시킨 단체같은 느낌인데
아무래도 난 세계가 멸망하기를 바랬던 기억은 전혀없다, 오히려 세계만세다 위아 더 월드! 위 아더 프랜드 러브 앤 피스 펔 예 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그걸 증명해줄 내 기억이 애매하다는거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사람들의, 그러니까 "신생멸망인류"가 부르길 [HOS_ITAL]이라는 꽤나 쾌적한 감옥시설에
"대인류 테러리스트 전범"이라는 입장으로 구금되어있다.
대정부도 대국가도아닌 대인류라니 이 얼마나 월등한 스케일인가 아마도 내 희미한 기억상에서도 이런 중요한 취급은 아마 일생 처음일것이다.
"아, 이제 일어나셨나보네요? 그러니까..대인류 테러리스트씨? 아직도 이름은 기억 안나시나요? 솔직히 이름조차 기억안난다는건 꽤나 큰 문제인데 말이죠
저도 당신을 어느정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인데요, 이름이 없는 상황에서는 부를만한 호칭이 대인류 테러리스트 밖에 없는데 말이죠. 근데 이게 또 그렇게되면 나중에 법정에 섰을때 그 호칭으로 인한 이미지각인 효과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당신이 무죄인데도 분위기상 유죄가 될수도있고 그리고 그런것외에도..."
"응,잠깐 스탑. 위원장님? 숨좀 쉬고말해."
1초가 아깝다는듯이 말하는 사무적으로 활기찬 여성은 그제서야 숨을 골랐다.
"후우-덕분에 살았네요, 제가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낼줄을 모르는게 단점이라서 말이에요 가끔가다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 저도 끝을 낼수가 없다니까요? 물론 나쁜버릇인건 알죠 아는데 이게 어쩔수가없어요 천성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몸에 베어버려서말이죠 게다가 이게 그렇게도 나쁜것만도 아니고 어떻게보면 이 위원장 자리도 지금의 버릇때문에 얻은거라고 할수도있기도 하ㄱ..."
"그러니까 오늘은 법정이 언제 열릴지 알려주기로 했지않았어?"
이 여성의 버릇은 아마도 말을 못끝내는것에 국한되는것 뿐만아니라 아마도 말을 잇다가 본디 있었던 말의 궤도 조차 잊어버리는것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위원장은 이제서야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며 곁에 끼고있던 낡은가방에서 노란빛의 서류봉투를 꺼냈다.
"하여튼 성격이 급하시네요 그렇게 재촉하지않아도 제가 알아서 다 말해드릴텐데요."
아니요 완벽히 핀트를 벗어난걸 넘어서 저멀리 궤도밖으로 날아갈뻔했습니다만, 제가 억지로 바로 잡지않았다면 우리들의 대화는 이미 궤도를 벗어난
스페이스 데브리가 될뻔했는데요
그러나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앞에있는 여자는 서류봉투에서 종이 몇장을 꺼내며 살펴봤다.
"후후 이거 보이세요? 이게 바로 "종이"와 "서류봉투"라는 초 하이 테크놀러지 랍니다. 저 같은 상류층만 쓸수있는 문명의 이기라고 볼수있죠, 오호호호."
아무래도 엄청 낯이 익어보이는, 한때는 마치 생활의 필수품으로 썼었던것만같은 초 하이 테크놀러지의 물품을 보며 상류층에 대한 경외심을 품어보려하지만
경외심은 커녕 조금의 신기함 조차 느껴지지않는다.
"법정이 열리는건 내일의 내일이에요, 그때까지 필요한건...딱히 없네요? 뭐 정 필요하다고 본다면 테러리스트님의 이름정도일까요?"
말많은 여자는 웨이브진 머리를 다시한번 귀 뒤로 빗어넘기며 싱긋 웃어보인다.
아마도 내일 법정에서도 이 여자가 변호를 선다고하니 그렇게 좋게 넘어갈거같지는 않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 여자를 관찰해본 결과
이 여자는 인간성 자체는 신뢰할만하지만 무언가 중요한일을 신뢰하고 맡길수있는 타입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확히 그 반대라고 할수있을정도다.
"아,그리고 깜빡하고 말안한게 있는데요."
지금까지 들어본 위원장의 얘기중 가장 짧은 이야기였다. 오히려 얘기가 짧으니 귀에 들어온달까? 놀랍도다 단문의 위력.
"뭔데요?"
"아 그러니까 당신을 처형...그러니까.. 죽이자는 쪽에서 당신이 테러리스트가 맞다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나봐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일단 위원장을 맡고있는 제가 변호를 서는 이상 당신의 무죄는 이미 확정된거나 마찬가지고 그런 사소한 증거 따위는 저의 권력의 강대한 힘으로 살짝쿵 짓눌러버리고 바꿔버리면 그만이니까ㅇ...."
아무래도 머릿속에 단두대의 이미지가 지워지지않는다.
오 빌어먹을 지져스.
나무등걸 따위로 그렇게 얇고 질긴 섬유지를 만들다니 이 세상 어느종족이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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