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자와 세이도, 보답받지 못할 캐릭터.
1부 때 도쿄구울 팬들은 버릇처럼 영고카 영고카 리고 하며 주인공인 카네키의 암울한 모습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자신을 얽매는 세계와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는 공포에 맞서 고군분투 했던 그는 결국 카노우 교수가 언급했던 세상의 진실을 알아내기는 커녕 구하고자 했던 요시무라 점장님조차 구하지 못하고 CCG의 사신, 아리마에게 구축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카네키의 1부 행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게되어 소통을 잃을지도 몰랐던 히나미에게 글씨를 알려주며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인간과 구울 사이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던 토우카와 니시키에게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단서를 보여주었으며, 아야토의 삐뚤어진 사고를 어느정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데 기여했습니다. 인연은 커녕 평범한 대화조차 불가능했던 츠키야마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반죠 일행과 함께하면서 끈끈한 유대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비록 카네키는 반구울이 된 이후로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을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수많은 일들을 해내었고, 값진 인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키자와는.
보답받지 못합니다.
...못할 것입니다.
타키자와는 아키라와 함께 CCG 아카데미를 졸업했던 수사관입니다. 차석으로 졸업한 그는 수석이었던 아키라에게 어느 정도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만큼 그녀에게 관심 또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존경하던 아몬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고 호지와 함께 페어를 이루면서 여러가지를 배웠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노력해 나갔습니다.
그런 그를 붙잡아 내리려 하는 압박감. 죽음에 대한 공포와 구울과의 싸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길을 걸어나가는데 그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에 의해 제대로 싸우지 못합니다. 타키자와는 정이 넘치는 캐릭터이며, 인간을 위협하는 구울들을 퇴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을들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죽음에 대한 끝없는 공포는 언제나 그를 옭아매었습니다.
(팔이 잘려나가 의식이 몽롱해지는 순간 그의 눈동자에 비친 사람은...)
그리고 CCG의 수사관으로서 마지막으로 임하게 된 올빼미 구축전. 울면서 쓴 유서를 뒤로한 채 죽음을 각오한 수많은 수사관들과 전장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결국 아몬의 신변을 확보하러 가던 도중 타타라와 노로, 아오기리 일당과 조우. 압도적인 전력차에 의해 농락당하고 정신을 잃게 됩니다.
이 정도만 해도 타키자와는 상당히 암울한 캐릭터입니다. 만년 2등에 함께하고 싶던 동료들과는 계속 격차가 벌어지는, 전형적인 2등 캐릭터가 되었을 캐릭터.
그리고 독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로 1부에서 2부로 빠져들어가고 있을 때, 그는 반구울이 되어 우리들 곁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저도 아몬이 반구울이 되었다면 되었지 타키자와가 반구울이 되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의 행적을 본 뒤에는 충격이 아닌 경악의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인 카네키의 사정을 살펴봅시다. 비록 그는 반구울이 되었지만 그 사실을 걱정해줄 사람, 반구울이 되었기 때문에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사람은 단 한명, 히데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반구울이 된 뒤 안테이크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인간과 구울 사이의 틈에서 허우적 대는 방황기가 상당히 짧은 편이었고 오히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구울에 대한 선입견이나 공포와 같은 것이 어느정도 둥글게 깎여나갔습니다. 비록 반구울이 된 것은 크나큰 불행이지만, 그 불행 속에서 상당히 행운과도 같은 환경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타키자와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CCG의 수사관이었습니다. 그가 처음 반구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그는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타키자와는 살았지만 인간은 아닙니다. 인간이었던 시절의 인연은 이미 죽은 것. 살았지만 산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안식에 들어간 것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그가 반구울이 된 뒤 맞닥드린 환경은 아오기리. 약육강식의 세계. 기본적으로 아오기리는 실용주의입니다. 타키자와는 반구울이 된 뒤 그의 실용성을 증명해야만 했을 것이며, 아오기리의 입장에서는 타키자와가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바로 버릴 생각이었을 겁니다.
... 뭐, 타키자와는 반구울이 된 뒤 그 나름대로 여러가지 고통을 겪었을 겁니다. 카네키는 반구울이 된 뒤 어느정도 지내다가 제이슨의 고문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타키자와는 반구울이 된 시점에서 이미 스트레스. 올빼미 구축전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와 구울이 되었다는 공포, 구울 집단에 홀로 남겨져있다는 고립감과 더이상 지인들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압박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구울로서의 본능에 의해 그는 정신을 놓았을 겁니다.
게다가 하이세와 싸우는 과정에서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장면은 반구울이 된 뒤 타키자와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을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비슷한 장면으로 카네키가 각성했던 장면이 있는데, 제이슨에게 손가락과 발가락을 수없이 잘렸던 카네키는 제이슨과 싸우면서 입은 상처를 보고 '이런걸로 이제와서 아파할 것 같나'라고 말했던 것처럼, 타키자와 역시 반구울이 되어 수없이 많은 상처와 고통,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었기 때문에 여간한 고통으로는 더이상 '아픔'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おれがたべたおかあちゃんのないぞう”
“俺が食べたお母ちゃんの内臓" -> 엄마의 내장을 먹었다
설상가상으로 츄잉의 도쿄구울 게시판의 한 게시글에 의하면 타키자와는 반구울이 된 뒤 그의 가족들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타키자와의 광기가 십분의 일 정도는 이해가 되겠군요. 아니, 어쩌면 타키자와는 아오기리에 의해 반구울이 된 뒤 그들의 뜻대로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족을 먹었다면 그것 역시 타키자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강요된 상황에 의한 사고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가 반구울이 된 뒤 가족을 먹었다면 이제 그가 인간으로 돌아갈 가망은 없습니다.
...알겠어. 무섭구나.
너희가 두려워 하는건 '다르니까'
크거나 작은 것
남자 혹은 여자
젊거나 늙은 것 처럼
너희와 다른 것을 무서워 하는 거지.
그러니까 똑같이 되면 무섭지 않을꺼야.
...구울로, 무서워하는 존재가 되고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구.
(도쿄구울 :re 24화)
상당히 슬픈 대사입니다. 이시다 선생님은 캐릭터들의 사연을 적재적소에서 잘 풀어내시는데, 24화의 저 대사는 2명의 수사관이 자신의 존재에 의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마치 '교사'가 '학생'에게 설명하듯이 혼자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수사관의 신분으로 자신 앞에 선 두명이 벌벌 떨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회상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사 자체도 의미심장합니다. 타키자와는 지금 두렵지 않은걸까요?
...1등이랑 2등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
2등이란 건 말야 자위일 뿐이야, 패배자가 눈을 돌리기 위한...
그래, 위가 있는 시점에서 이미, 패배자일 뿐이라고....
백점만점과 99점의 차이는 1점이 아냐.
(도쿄구울 :re 27화)
하이세에게 타키자와가, 자조하듯이 뱉은 말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언제나 자신보다 앞에 있는 사람, 아키라에 대한 감정은 불가사의한 것이었을 겁니다. 질투와 부러움, 그리고 동경심과 애절함이 섞여 마지막까지 타키자와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았을 겁니다. 그녀의 옆에서 툴툴대는 것도, 불평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표현이었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그녀처럼 되고 싶었고 그녀 옆에 있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한, 이루지 못한 이야기.
이번 옥션 편에서 타키자와는 CCG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가 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카네키의 경우, 반카구쟈 상태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만 제외한다면 어느정도 이성적인 판단 하에 사람들과 싸웠으나, 타키자와는 이미 인간성을 모두 잊었으며 원래 구울로 태어난 어떤 다른 구울들보다 철저히 구울의 본능으로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타키자와는 나름대로 노력한 멋진 캐릭터였습니다. 단순한 겁쟁이도, 뻔한 노력가도 아닌 상당히 현실적이고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저는 타키자와를 보면서 그가 머뭇거릴 때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공감을 했었고, 그가 어떤 활약을 했을 때 나설 수 있는 용기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부 최종 단원에서 아몬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던 타키자와는 유서를 쓰며 두려워하던 그가 아니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키자와의 반구울화,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은 제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결과는 허무해지고, 함께 했었던 동료들은 이제 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암울한 사실은 되돌아 갈 방법도 없다는 것.
타키자와 세이도는 보답받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결과들이 지금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게 될 겁니다. 그가 살아왔던 방법, 그가 맺었던 인연들, 그가 사랑했었던 모든 것들이 매일 그를 죽어가게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키자와가 최후를 맞게 된다면 도쿄구울의 다른 캐릭터들의 최후를 통해 느꼈던 여운보다 훨씬 더 크고 안타까운 느낌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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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하면서 생각하던 타키자와에 대한 생각을 써 봤습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글이 되어버렸어...
긴 글 다 읽어주시기라도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감상은 사람마다 다 다른 거라 다른 분들이 타키자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잠깐 써 봤습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더 충격이었던건 작가님이 이럴거란 걸 알고 있었잖아? 식으로 떡밥도 많이 던져놓으셨던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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