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정발본 센의 글
믹서안에서 완전히 섞인 모르타르처럼
질척질척하게 녹아버린 세 개의 머리.
기적은 이미 끝났으며,
콘크리트에 차갑게 가로누워있다.
죽였다.
내가 죽였다.
내가 죽인, 걸까.
어리둥절해 있으려니
머리들의 두 눈동자가
쭈글쭈글하게 성기처럼, 안녕 하며 눈을 떴다.
머리들은 엄마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
"너."
"너."
"너."
"어째서 사랑받을 거라고 착각했을까?"
"으으..."
'그 상자'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부드러운 학대.
깜빡깜빡 하고 하늘이 신호하듯 반짝였다.
어느새 가슴에서 아홉 개의 가시가 튀어나오고,
횡경막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떨리고 있다.
(내 몸!)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어 나는 철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잡은 난간은 모두 검은 녹뿐이다.
(역시 나는 독으로 만들어졌어!)
(아니. 저 여자야말로 독 그 자체였던 거야)
(올라가, 올라가)
(죽기에는 부족해)
(좀 더 높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
*
없는 사람들의 내장
철탑 끝에서 하늘로 뻗어 있다.
내장끼리 서로 묶여 있는 것이 로프 같았다.
나는 그걸 필사적으로 손으로 잡아당긴다.
질척, 질척, 질척
매듭은 이제 태양에 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사랑하는 해골의 탑
로프를 쥘 때마다 나는 절정을 느끼면서
높이를 더해간다.
지상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탑 전체가 크게 떨리기 시작하며
엄마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행복의 자동적 실패, 무형의 사생아"
(아아.)
"나의 귀여운 결핍자."
"네 부모는 너를 키우는 데 실패했어."
그리고 죽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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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본에는 없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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