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노가타리에 전율을 느끼는 이유.
천재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살다 보면 꽤나 보이지만, 니시오이신의 경우에는 그러한 천재 중에서도 특출난 그야말로 천재중의 천재 입니다.
연재속도로 유명한 작가는 여럿 있습니다. 글을 잘 쓰면서도 괴물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작가들 역시 있긴 합니다. 정점에 위치한 작가들이죠. 카와하라레키, 카마치카즈마, 나리타 료우코 정도가 그러한 이들 일 겁니다. 하지만 니시오이신이란 작가는 재능 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을 훨씬 웃돌고 있다 라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 입니다. 그야말로 인간 이라기 보다는 글쓰는 기계에 가깝습니다. 작가 본인 부터가 이러한 인간. 인간이라 표현하기 힘든 인간이여서 일까요? 니시오이신의 작품에는 그런 캐릭터들이 자주 나옵니다.
하네카와 츠바사 라는 캐릭터가 그러하며, 센고쿠 나데코 역시 그러합니다. 하네카와 츠바사는 그림에 그린 듯한 완벽 초인 입니다. 작중 서술에 따르면 하네카와 라는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 완벽 이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하지요. 센고쿠 나데코 역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고지순한 사랑을 매우 오랫동안 가져온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에 덩어리 입니다. 그런 캐릭터가 한가득 한 것이 바로 니시오이신의 세계 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범상한 작가들이 그리는 시시껄렁한 러브코미디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하네카와 츠바사와 마찬가지로 그림에 그린듯한 퍼펙트 스팩의 성녀는 오덕계 전역에 가득하며, 센고쿠 나데코처럼 어릴적 잠깐 만난 것 만으로도 주인공을 사모하는 히로인의 경우에는 굳이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 러브코미디 간판을 나온 작품 치고, 어느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작품 치고, 그런 히로인 한 둘 없는 작품이 오히려 찾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의 경우 거기서 끝 입니다. 그냥 제는 처음부터 천재에 성녀야. 그냥 제는 처음부터 주인공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야. 라는 설명에 독자들은 속아넘어갑니다. 아니 그들도 그것이 존재할리 없다는 것을 파악할 지능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속아 줍니다. 마치 중2병 컨샙의 연기를 하는 관심종자가 자신만의 설정에 빠져들듯이 현실성이 부족한 캐릭터를 '만화니까.' '미연시니까.' '라이트노벨이니까.' 라는 변명과 함께 향유하고 소비해 나갑니다. 니시오이신 역시 괴물 이야기 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괴물 이야기는 그 질높은 만담 만으로도 3류 연예코미디와는 그 괴를 달리하는 명작 입니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하네카와는 그냥 날때부터 완벽한 반장중의 반장이었고, 나데코는 연예서큘레이션을 부르는 수줍은 많은 소녀였습니다.
비현실 적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캐릭터를 너무 많이 봐서 입니다.
현실 보다는 가상과 익숙한 우리들은 그런 모에로 점철된 캐릭터를 무지하게 소비해 왔고 어느덧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독자들은 다음권에는 하네카와의 어떤 완벽한 모습을, 센고쿠의 어떤 모에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면 책을 펼쳤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쇼타임. 니시오이신과 다른 범상하다 못해 시시한 러브코미디 작가들의 재능의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니시오이신은 하네카와의 성녀성을 부정했습니다. 모든 것이 좋다는 하네카와의 성격은 다시 말하면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 그녀의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은 가면에 불과했습니다. 그 가면으로 인해 벌어지는 스트레스는 결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네카와는 성녀도 아니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TS버전도 아니었기에 인간처럼 스트레스를 받았고, 인간처럼 질투를 했습니다. 그 스트레스와 그 질투는 각각 블랙하네카와와 가호 라는 이름의 괴이로써 나타납니다. 이렇게 하네카와는 천상계에서 춤추는 여신님에서 그냥 그러저런 있을 법한 소녀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으로 볼 때 하네카와의 이러한 설정은 오히려 신선합니다. 단순히 천재에 성녀인 캐릭터는 많지만, 그 이유를 저렇게 적나라하게 펼쳐버린 캐릭터는 거의 없습니다. 그 적나라함은 하네카와의 화려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추하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에 캐릭터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러한 반전을 보면서 뒷통수가 펑! 하고 뚫리는 충격을 받습니다. 모든 진실을 받아들인 우리의 하네카와 에게는 하얀 머리카락이 남습니다.
그 나이 또래의 인간에게는 있을 리 없는 하얀 줄무늬 머리.
손질을 해도 금새 원래대로 돌아가는 불가사의한 머리.
설득력 있는 진실이 밝혀 짐으로써 논리적으로는 괴이하지 않게된 하네카와의 겉모습은 오히려 더욱 괴이해 집니다.
센고쿠 나데코의 경우에는 좀 더 적나라 합니다.
어릴 적 부터 아라라기를 사모해 왔던 소녀. 내 그렇습니다. 남자의 로망입니다. 로망이라는 것은 잘 팔린다는 이야기 입니다. 잘 팔린 다는 말은 많이 만들어 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고로 이런 캐릭터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겨우 몇 번 만났을 뿐인데 아라라기를 좋아하는 센고쿠 나데코에게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라라기가 백마탄 왕자님처럼 구해줬으니 반하는게 당연 ㅋㅋ" 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센고쿠는 아라라기가 구해주기 전부터 아라라기를 좋아한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속 편하게 "그게 바로 주인공 보정 이란거지." 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깊게 거론 하는 것은 "세 노 소노 곤난자 다메" 를 너무나도 모에한 목소리로 외치는 그 귀여운 소녀에 대한 모독이라고 느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신은 그러한 모독을 적나라하게 해버립니다.
나데코는 사실 아라라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만난 이상적인 남자로써 아라라기 라는 남자를 정했고.
누군가 이상적인 남자를 좋아한다. 라는 소녀심에 빠져 있었을 뿐.
그것이 딱히 아라라기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들킴과 동시에 센고쿠는 그냥 널리고 널린 모에 히로인.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모에했을 뿐인 히로인이 아니라
'괴이' 라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분명 저 쪽이 더 설득력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러한 속사정을 괴이하게 여깁니다.
비정상 적인 것을 정상 이라고 여기고
정상인 것을 괴이 라고 여긴다.
이러한 이야기를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우리 역시 모에 라는 이름의 괴이에 너무나도 깊게 빠져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ps- 덕후 까는 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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