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전쟁! (제 1화)
“인형씨~ 밥먹을 시간입니닷~”
“음, 으음······?”
나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그러자 시야가 점점 더 또렷해지면서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도, 무지 크게.
“으, 으악!!”
“뭐야 뭐야~
내가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소리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그렇게 얼굴 붉히면서 귀여운 척해도 하나도 안 귀여워!!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아, 물론 가슴 빼고 내 취향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날 가둔 장본인이라고!!
“후두둑-”
“뭐, 뭐하는 짓이얏?!”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나를 짓눌렀다.
“너무해~
내가 너한테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할 것 같아?”
“어! 애초에 날 여기 가둔 것도 너잖아!!”
일단 왜 가둔 건지 제대로 설명하란 말이야!
“에이~ 그 덕분에 이렇게 예쁜 여자도 만났잖아~
그리고 앞으로 인형씨는 그런 모양의 식사를 하게 될 거야~”
“어, 어째서?!”
“밥을 할 줄 모르거든. 헷~”
그 나이 정도 됐으면 적어도 밥은 할 줄 알아야지?!
시집은 안 갈 생각이냐?!
그나저나 이제부터 정말 본격적으로 나를 ‘사육’하고 ‘실험’할 셈인가······?
“그럼 맛있게 먹어요, 인형군~”
그 말을 남기고 상큼하게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버리는 캐서린······.
“매정한 여자로군.”
나는 혼잣말을 하며 나에게 주어진 달갑지 않은 아침식사를 주워들어 한 입 깨물었다.
“바삭-”
······. 잠깐만, 혹시 이거 잘 이용하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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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렇게만 하면!
내가 만든 일명 감자칩 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계속 위로 쌓고, 그 틈새를 밟고 올라가서 탈출하면 끝!!
“좋아, 완벽해.”
6개쯤 쌓았을 때, 나는 내 팔의 한계를 느꼈다.
더 이상 놓는 게 불가능했던 탓이었다.
심지어는······.
“바삭-”
방금, 내 발 밑에서 무지 맛있는 소리가······.
“우와아악-!!”
“쿵-”
“아야야······.”
감자칩은 모두 산산조각이 났고, 덤으로 내 허리도 거의 산산조각이 나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역시, 무리인가.”
그래, 이 작은 몸으로 여길 빠져나가는 것은 무리이다.
“그래도 난 여기를 나가야한다고······. 제길······.”
나는 아픈 허리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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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군-”
캐서린인가······.
슬프게도 이젠 자면서 들리는 목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버렸다.
“인형구운-”
“아, 왜!!!!”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소리 질렀다.
그러자 캐서린은 눈물을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오늘 연구소장님한테 혼났어······.”
너, 엘리트 연구원 아니었냐?
“막, 나보고 그렇게 할 거면 나가라고 하고······.”
“뭘 어쨌는데?”
“슈퍼컴퓨터로 인터넷 쇼핑했어······.”
너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엘리트인거냐······.
애초에, 그런 자신을 엘리트라고 하는 너의 뻔뻔함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너 그것 때문에 나를 깨운 거냐?”
“응······.”
“하아······.”
골 때리는 여자다.
메이플 스토리에서 올 힘 찍은 마법사만큼 골 때려.
“그런 문제는 부모님이나 애인한테 하소연하고, 나한테 할 연구가 뭔지나 알려주지 그래?”
“있었다면 그랬겠지······.”
순간,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지나갔지만 다음 순간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너한테 할 연구는 간단해.
너의 유전자 조직을 바꿔서 날개를 형성할거야.
그리고, 네가 그 날개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지 관찰하는 게 우리의 목적!”
“날개를 왜 다는 건데?”
“그야 물론 요즘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이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더욱 의아해졌다.
“비행기 타면 사람도 날 수 있잖아. 헬리콥터도 있고.”
“그건 열린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잖아!”
아, 그런 건가. 그럼, 그걸 위해서 나의 유전자 조직을······.
“잠깐만, 그거 무지 위험할 것 같은데?!”
“걱정마! 나는 안락사에는 자신 있어!!”
“아니, 아니!!
그 부분에서 자신 있어 하지 말라고!
오히려 내가 더 불안해졌잖아!! 게다가 어째서 그쪽에 자신이 있는 건데?”
“그야, 생명 공학자니깐!!”
뭐가 ‘생명 공학자니깐’이냐!!!
“어쨌거나 너는 인류 최초로 날개를 다는 인간이 될 거라고! 기대해!!”
“자, 잠깐!! 혹시나 내가 죽을 확률도 있는 거냐?”
“아닐걸?”
그, 그러냐······. 다행이다.
“단지, 실패하면 남자로서의 인생은 끝날 확률도 있지!”
“심각하자나앗-?!”
“걱정마! 만약 그렇게 되면 내가 인형군을 책임질게!!”
“지지마!! 애초에 그렇게 안 되도록 해달라굿!!!!”
이것 참, 정말 만렙 법사를 능력치 초기화 주문서 질러서 올 힘 간 느낌이네.
확실히 강할 것 같은 이미지긴 하다만은······.
근육질에 마법사라니 뭔가 재밌을 것 같긴 하······가 아니라 너 같은 여자한테 장가를 가면 상당히 힘들 것 같다고?!
“뭐야~ 인형군은 내숭쟁이야! 좋으면서~ 봐!! 나는 이렇게 가슴도 크다구?”
그, 그건 너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그리고 가, 가까이 오지마!!
먹지 못하는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너의 가슴도······표, 표현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좋아, 심호흡하자.
하나, 둘, 세······.
“아참, 인형군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뭔데?”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봤다.
“인형군이 보기에 내 가슴이 가짜 같아?”
뭐, 뭐? 그, 그러니깐······. 솔직히 너무 큰 게 의심이 가기는 한다마는······.
“그, 글쎄다. 봐서는 잘······.”
“만져봐야 알겠다는 거야? 인형군 엉큼해!”
첫만남 때는 네가 먼저 제시할 정도로 변녀였잖아?!
왜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그리고 나는 그런 말은 안 했다고!!
무, 물론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사실 네 가슴을 보면 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만지고 싶어할 거라고!! 동의를 구할 남자가 없으니 딱히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
“뭐,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너무 오래 만지는 건 안 돼!”
“아냐!! 아니라고!! 여자가 만지라고 하는 건 별로 감흥이 없다고!!
여자는 튕기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이건 마치 보물섬에 도착하자마자 한 남자가 보물 상자를 들고 와서 건네주는 것 같은 허무한 기분이잖아!!!
이런 건 노력 끝에 얻는 즐거움이 있는 거라고!”
“무슨 소린지 이해 못 하겠어······!”
수, 순간 흥분해서 이상한 말을 해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모든 남자의 심정을 대변한 거라고!! 응응, 물론!!
“어쨌거나, 그럼 됐어~ 바보, 후회하지나 말라구~”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면서 등을 돌리고 어디론가 가는 캐서린을 보고 있었다.
“미치겠군······.”
친구 한 명이라도 있음 좋겠다만······.
저 여자는 도무지 말 상대가 될 만한 상식수준이 아니라고!!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여기로 오게 된 거지?”
기억하려 하자 점점 더 기억이 번지듯 흐려진다.
분명히 느낌은 남아있는 것 같은데, 다들 이름은 기억나는데 얼굴은 누구도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이제, 내 인생은 끝난 걸까?
아니겠지, 죽지는 않는 댔으니깐······.
“아참, 인형군!! 만약 당신에게 엄청난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잘못하면 죽는데!”
“너, 그런 중요한 건 그 때 말하라고!!!!!!!”
희망 공. 중. 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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