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 정의의 추상(02)
"별로 무리해서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하물며 다른 사람이 바라는 정답이라니."
일견, 결벽을 그림에 그린 듯한 엘프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무엇인가에 고민했을 때, 류의 상담 순로는 알리제, 라이라의 순이었다.
라일라의 의견은 솔직하고 기탄없이, 때로는 엘프의 류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상을 털어놓는다.
그녀의 날카로운 발상은 [파밀리아] 안에서도 한 눈에 띌 정도다.
불성실하게 보여 자신을 설레게 하고, 핵심을 찌르는 라일라에게 류는 무의식 중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부 반으로 들으면 된다구. 카쿠야의 이야기도, 아리제의 이야기도."
"라일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진실이란 것은, 그 녀석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구."
"!"
"결국 무엇을 [진짜]로 할지는 자신의 몫이야. 자신만이, 자신의 [진짜]를 만드는 거야. 그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반으로 듣고, 생각하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진짜]를 만들라구."
그것은, 평상시의 라일라답지 않은 격언인 듯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그것은, 거짓말도 잘하는 그녀의 [진짜]였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렇게 처신해 주면 좋겠군요."
"뭐야 리온, 난 항상 빌어먹을 정도로 성실하고 친절하다구?"
"가슴에 손을 얹고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을 잘 기억하길..."
그렇다.
이 소인족은 어쩔 수 없는 것들만 류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거짓말 알아내는 것은 괜찮다고 하지만, 강청에 근거한 교섭술에 공갈의 모범, 게다가 도박의 필승법으로 사기까지.
"빌어먹을 쓰레기들을 단속하려면, 상대의 사고나 수작질을 이해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잖아", "깨끗한 것만으론 정의의 편은 못하지~"라는, 어떤 편으로는 일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정의의 파벌에 걸맞지 않은 구질구질한 것들이다.
[파밀리아]에 입단해 5년의 세월이 흘렀던 이때, 류는 완전히 쓸데없는 지식이 늘어버렸다.
"리온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엘프였으니까, 돌봐 줬을 뿐이야"
"…당신과 비교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짓궂은 듯 입술을 치켜세우더니, 라일라는 그제야 얼굴을 들고, 옆을 맴도는 류를 올려다봤다.
"알겠어, 리온. 지식은 무기야. 정보는 진수성찬이야. 사도건 잡학이건, 배운 것은 모두 너를 돕는 힘이 될거야. 그러니까 뭐든지 보고, 뭐든지 사용하도록 해."
뭐든지 보고, 뭐든지 사용하라.
그것이 라일라의 입버릇이었다.
"귀에서 피를 흘릴 정도로 머리를 쓰는 거야. 장비나 도구가 없다면 던전의 채취물, 그것도 없으면 드롭 아이템. 무엇이든 대용해. 하나로는 의미가 없는 것도, 조합되면 용도의 가능성은 쭉 올라간다."
"머리를 쓴다..."
"너한텐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남의 기미라는 것을 공부하도록 해. 협상은 애초에, 던전의 안에서도 엄청 중요하다구."
몬스터의 성질, 무기의 급조, 생존 투쟁의 방법, 파티의 마음의 움직임.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보완하면, 그것은 던젼에 대항하는 재산이 된다고, 그때의 라일라는 호언했다.
류에게 뭔가를 심는 것처럼, 장난치면서, 진지하게.
"쓸데없는 지식은 너를 괴롭히고 시간을 뺏을 수 있지만, 무지보다 훨씬 나. 상당한 맛이야. 그리고 시간을 들여서라도, 지식을 [지혜]로 바꿔."
"지식을 지혜로...?"
"그렇게 되면, 너는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돼. 내친김에, 모두가 동경해 버리는 과연 강한 엘프가 될 거야. 카구야도, 널 풋내기라고 말하지 못하게 되지."
그때 라일라의 얼굴은 장난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처럼 동생을 지켜보는 작은 누나처럼 보였다.
"…당신도 그렇게 강해진 건가요?"
"아아, 라기보다 나는 머리를 쓰지 않으면 죽는다구. 소인족이니까."
"…"
"뭐 이것도 반만이라도 들어두라구. 자신에게 필요할 것 같으면, 조금은 외워둬."
마지막은 작은 두 어깨를 움츠리며, 류보다 약한 소인족의 소녀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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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도 그렇고 릴리도 그렇고, 아무래도 파룸의 종특은 머리가 좋다, 인가 보네요. 라일라, 알면 알수 록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