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제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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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꽤나 큰 소리가 났고, 그 녀석은 나를 다시 바라보며 넥타이를 조금 풀고 반격을 할 자세를 취했다.
“이 새애끼가아-”
일단 그 녀석의 동작이 큰 펀치를 피하고 그대로 밀어서 중심이 흐트러진 ‘내 친구’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발로 차려는 순간 녀석이 나의 발을 잡고 나를 넘어뜨려서 상황은 역전, 그 녀석이 유리하게 되었다.
그 녀석이 내 얼굴에 한 방을 먹이려는 순간······.
“뭐 하는 거예요?!”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를 지른 한 여자 아이는 빠른 속도로 대시 후에 바로 몸통박치기······.
피카츄의 전광 석화를 코 앞에서 보면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날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방금 ‘내 친구’ 우진이 녀석의 갈비뼈 쪽에서 그 소리가 났거든.
“으억-”
우진이의 굵직한 비명이 울려퍼지고 그대로 뒤로 쓰러진 우진이에게 또 한 방을 먹이려는 그 여자아이의 손목을 나는 잡았다.
고개를 돌린 그 여자아이는 역시나 오늘 아침에 나한테 고백한 그 여자아이······.
몹시 흥분한 표정과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쯤 해둬, 그 녀석은 나 한 대도 못 때렸으니깐.”
“네???? 그렇지만 분명 선배가 일방적으로······.”
“그 전까진 내가 계속 때렸다니깐 그러네.
그리고 얘 갈비뼈 쪽에서 칼슘이 물리학적으로 분해되는 소리가 났다고.
그러다 진짜 큰일 나면 어떡하려고 그랬어?”
“그, 그렇지만 선배가······.”
“난 괜찮으니깐 수업에나 들어가봐.”
“저기, 저 선배 찾아오라고 선생님이 부르셔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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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한형석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 거야?
수업시간에도 빠지고 말이야.
수업시간에 집중도 안 하고,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아니, 고민이 있든 없든 간에 지금껏 잘 해오던 녀석이 왜 그래.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나중에 추천서 써주기 힘든 거 몰라서 이래?”
“죄송합니다.”
참는다. 대꾸하고 싶어도 참는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특히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말을 할 때는 참아야한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반론들을 모두 꾹 누르고, 목까지 올라온 그 말들을 다시 삼켜야한다.
그리고, 아주 가식적으로 대답한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대로.
“하여간, 지금껏 한 게 아까워서라도 이렇게 하지 마라. 모두들 네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으니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내게 나가보라고 하셨고, 나는 마음 속에서 마음껏 반박하며 걸어나갔다.
문이 닫히고, 걱정스러운 눈빛의 그 여자······아이가 왜 여기있지?
“너, 수업 안 들어가냐?”
수업은 아직 20분 이상 남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전교 부회장이니 선생님 심부름 했다고 하면 되요! 그나저나 괜찮아요, 선배?”
“그나저나 왜 선생님이 너한테 날 불러오라고 하셨냐?”
“제 말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괜찮으시냐구요!! 대답하시면 제가 대답해드릴게요!”
귀찮은 녀석이군······.
아침에만 해도 엄청 귀여운 애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괜찮으니깐 신경 쓰지 말고, 대답이나 해줘.”
“선배도 참 차가워요!! 이렇게 제가 걱정해주는데!!”
“네네, 감사하니깐 빨리 대답해주시죠.”
“치잇······. 제가 부회장으로서 선배네 반에 심부름으로 들어갈 일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마침 선배가 없어서 선생님이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런 거냐? 음······. 근데 아깐 진짜 위험했다고.
혹시 걔가 널 때리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어.”
“괜찮아요!! 제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되니깐!!”
“그러냐······. 그럼 너도 심부름 제대로 끝내고 네 반으로 돌아가.”
나는 뒤돌아서 내 반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발을 옮겼다. 그러자 그 여자아이가 말했다.
“어, 없어······.”
나는 뭐가 없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선배······. 심부름으로 받은 중요한 서류가······없어요.”
“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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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네······.”
혹시나 해서 올라와본 옥상에는 서류 봉투의 포장이 열린 채로 몇 장을 제외하고 다 날아가버려있었다.
“어떡하냐?”
“아, 안 되는데······.”
그 소녀의 밝은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맑은 구슬이 흘러떨어졌다.
“그렇게 중요한 거냐?”
끄덕끄덕······. 소녀는 말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움직여. 다 찾으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네? 그렇지만 선배 수업······.”
“걱정마······. 이제······지긋지긋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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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벌써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고, 나는 결국 3교시동안 무단 결과를 했다.
지금껏 찾은 건 방금 찾은 것까지 총 세 장 째, 남은 건 한 장뿐이다. 그 남은 한 장은 내 눈 앞에서 펄럭거리고 있었다.
“마지막이다.”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마지막 장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휘유우~ 펄럭~”
바람에 날아갔다. 그 종이는 바람을 타고 계속 날아가더니······.
어느 건물 3층 창문에 붙었다.
“제길······. 가는 수밖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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