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8화
저번화: https://m.chuing.net/zboard/zboard.php?id=whigh&page=1&sn1=1&db_sel=&r_type=&num=&divpage=12&best=&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2730
"새? 그게 네 차력이야?”
딘은 파니메르의 등에 솟아난 날개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은듯 했다.
“새… 라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넌 아무것도 모르나 보구나.”
파니메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팔을 뻗었다. 다시는 헛소리를 못하도록 가루다의 힘을 직접 체험시켜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온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앞에는 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등에서는 땅의 냉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한 박자 늦게 밀려왔다. 파니메르가 팔을 뻗자마자 단모리와 딘이 선수를 쳤던 것이다.
“크으윽… 으아아아아아아!!!!!”
파니메르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살면서 이렇게 얻어맞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파니메르는 겨우 마법으로 데미지를 회복한 뒤 몸을 일으켰다.
“도, 레, 미… 파이어볼!!!!”
파니메르가 손짓을 하자 불타는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화염의 덩어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단모리와 딘은 현란한 움직임으로 파이어볼에 스치지도 않으며 그에게 접근해왔다.
“이, 이런…!!! 라이트닝 ㅂ…”
그게 끝이었다. 단모리와 딘이 팔을 한 번 휘두르자 파니메르의 몸은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헬기의 프로펠러보다도 빠르게 회전하며 멀리 날아갔다.
“생각보단… 쉽게 끝났잖아?”
딘과 팀을 맺은 것은 정답이었다. 파니메르도 절대 약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 둘의 협공 앞에서는 아예 위협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맵이 축소되기 전에 서둘러서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돼요.”
“응. 빨리 가자.”
둘은 다시 안전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으…”
파니메르의 몸에는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며 시야가 밝아지고 있었다. 차력신인 가루다가 그를 회복시켜 준 것이다.
“내가... 내가... 졌다고...? 내가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세계마술협회(World Magic Association)의 19대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인 ‘파니메르 슈트라우스 Fanimer Strauss’.
그는 이번 GOH에서 ‘제 2의 전재산’이 아닌 ‘제 1의 파니메르’의 탄생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고, 그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평생 존재감을 감추며 살아왔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단모리’가 세계의 이목을 모조리 빼앗아 버렸고, 파니메르는 배틀 월드에서 그를 탈락시켜 세상의 관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떨거지’들과의 동맹도 본래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넘어갈 정도로 절박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참패였다. 심지어 안중에 두지도 않았던 ‘딘’마저 그에게 끔찍한 굴욕을 안겨줬다. 이대로 끝난다면 앞으로 영원히 편하게 잠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모리와 딘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은 파니메르 뿐만이 아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가루다 역시 그들과 마주친 순간부터 미친듯이 날뛰는 중이었다.
“그래... 그냥... 다 날려버리자. 너도 저 녀석들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니.”
분노, 증오, 복수심, 원망, 공교롭게도 이것은 가루다 또한 제천대성에게 지니고 있는 감정이었다. 차력사와 차력신의 ‘교감’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바로 그 순간, 차력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 일어났다.
※ 가루다 ㅡ 환세幻世
&
※ 파니메르 ㅡ 슈팅스타Shooting Star
일반적으로 슈팅스타란 다른 우주로 통하는 포탈을 열어 그곳의 천체天體를 끌고 오는 마법이다. 시전자의 실력에 따라 자동차 크기의 돌덩어리를 끌고 올 수도 있고 우주의 별이란 별은 모조리 쏟아부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엔 뭔가 달랐다. 파니메르의 푸른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어마어마한 마력은 다른 우주로 통하는 포탈을 여는 대신,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 있는 것은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천체 따위가 아니었다. 파니메르와 가루다의 감정이 한데 모여 ‘슈팅스타’의 형태를 이루고 있던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파니메르가 ‘슈팅스타’를 시전한 직후, 세계정부 본부에서는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양자컴퓨터 ADAM이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각하… ADAM이 비상사태를 발령했습니다.”
“뭐?”
“데이터 상으로는… 일단 차원이동은 아닙니다!!”
ADAM이 비상사태라는 판단을 내렸을 경우에는 반드시 ‘차원이동’이 감지되었는지 파악하는 게 첫번째였다. 비록 불가침조약을 맺었다지만 천계의 신들은 여전히 가장 큰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원이동이 감지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천계의 침입이 아니라면 폴란드의 하늘 전체를 뒤덮은 ‘저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에너지 성분 분석 실패!! 에너지량 분석으로 넘어갑니다!! ‘저것’을 물리적인 에너지(J)로 환산하면…”
요원은 잠시 보고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 도대체 몇 자리인지도 세기 힘들 정도의 수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부터 울려 퍼지던 사이렌 소리가 바뀌었다.
“ADAM이 초비상사태(인류멸망)를 발령했습니다!!!"
“각하!! 어서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용도조차 알 수 없는 첨단 기계들이 즐비한 어느 연구실의 구석에서, 한 남성이 의자에 앉은 채 졸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사방에서 날카로운 사이렌이 울려 퍼지더니 결국 그의 잠을 깨우고 말았다.
“으음… 뭐야?”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펴는 그의 실험복에는 이런 이름이 쓰여 있었다.
※ 강와신 박사
그가 바로 차력학이라는 학문의 창시자이자 최고 권위자인 ‘강 박사’였다. 그는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사이렌 소리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것은 ADAM이 비상사태(준 인류멸망)를 직접 발령했을 때 울리는 특별한 사이렌이다.
강 박사의 연구소는 세계정부 본부와 맞먹을 정도로 중요한 특급 시설이기 때문에 서로 보안체계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렌은 강 박사가 몸을 제대로 일으키기도 전에 초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음색으로 바뀌었다.
초비상사태란 말 그대로 '인류멸망'을 의미했지만, 강 박사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그가 몸을 일으킨 것도 사태 파악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선 시끄러운 사이렌을 끄기 위해서였다.
"..."
사이렌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지만, 이미 깨버린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강 박사는 그제서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예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인류가 진짜 멸망할 리는 없으니,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강 박사의 '차력'으로 확인했던 미래에서는 이런 사건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정해진 미래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는 꽤 많긴 하지만, 지금껏 이 정도 스케일의 '오차'가 생긴 적은 없었다.
'대체 누가 역사를 이렇게까지 바꾸고 있는거지?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면 몰라도, '고의'라면 문제가 된다. 이건 확인을 해 봐야겠어.'
강 박사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주변의 풍경은 현실감을 잃고 허상처럼 희미해졌다. 마치 자기집 안방을 드나들듯이, 시공간의 '바깥'으로 이동한 것이다.
※ 강 박사 차력 ㅡ 체셔 고양이 Cheshire Cat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에너지 수치가 화면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자 ADAM은 거듭제곱, 테트레이션, 커누스 윗화살표, 콘웨이 연쇄 화살표, 비지 비버 함수, 피쉬 7 함수, 거대수 정원수 함수 등 '큰 수'를 표기할 수 있는 함수는 모조리 동원했으며, 그래도 부족하자 결국에는 새로운 함수들을 만들어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애초에 물리법칙을 완전히 초월한 환상의 힘을 물리력으로 환산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ADAM은 아라비아 숫자로는 '슈팅스타'의 실제 위력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화면에 단 하나의 문자를 표시했다.
∞
방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으으… 으으으...”
“죽기 싫어… 제발… 제발!!!!!!!”
요원들은 이미 공포와 절망감으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무봉조차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화면에 표시된 저 하나의 문자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라그나로크의 신들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두려울 정도였다.
‘이게 뭐야… 이렇게 어이없이 끝나는 건가…?’
세계정부는 그동안 신족이나 마족의 침입을 대비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시스템은 없었다. 박무봉은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