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어리석은 잭-오-랜턴, 그의 이름은 펌킨.
음침하고 스산하게, 하지만 쾌활하고 유쾌하게, 언제나 모순 된 형태를 취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나, 단백석(蛋白石)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황빛 펌킨이다. 물론, 펌킨이라는 것은 내 이름으로, 종족의 이름으론 [할로윈의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고도 한다.
그렇다. 나는 유열을 즐기고 한스러운 경외를 흩뿌리는 잭-오-랜턴(Jack-o'-lantern)이다. 조각조각난 얼굴 속으로 촛불을 비춰 인간들에게 공포심과 경외심을 새기는 우월하고 경탄스러운 존재.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할로윈을 장식하는 마스코트가 어쨌는가, 공포를 상징하는 삼각눈이 어쨌는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여명을 비추는 주황빛 몸이 어쨌는가.
할로윈이 지나면 죽어버릴 것을.
아아.. 이럴거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어째서 신은 내게 자아를 내리신 걸까.
이것은 애석한 지성을 통해 내린 저주요, 혹은 자연속에 섞인 도태일지도 모른다.
하루살이같은 나의 인생은 스스로 돌아보기에도 너무나 처량하고 애달프다. 몸은 살아 있다고 해도 사고가 죽어버리니, 이것은 살아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신은...나를...버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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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펌킨은 11월을 알리는 12시의 종소리가 울리자, 몸 속을 재워가는 촛농을 느끼지도 못한 채 스스로의 의식을 잠재웠다.
신을 저주하고,
자신을, 미각을 도취시키는 것에 사용하지 않고 공포를 상징하는 모조품 즉, 레플리카로서 사용한 인간들이 연옥의 사슬에 헤어나오질 못하길 원망(願望)하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펌킨은 끝까지 '자신은 인간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음침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사용되지만, 거꾸로 외견은 쾌활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모습이 인간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모순적인 본성을 상징한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펌킨이 몸속의 촛대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신은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아마, 그의 하루살이 인생이 저주로 끝나는 한탄스러운 인생이 아니게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의식을 수심 깊은 곳에 잠재운 펌킨의 자아가 되살아나는 일은 없다.
다음 년도에 태어날 또 다른 펌킨이 그 사실을 알아채기를 바랄 뿐.
이것은 2012년 10월 31일, 10월의 탄생석인 단백석이 빛을 잃어갈 적 일어난 하나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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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 = 인간
잭오랜턴 속 촛대 - 펌킨의 빛남, 즉 가능성
작중 펌킨 = 촛대 다시말해,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세상을 저주하며 떠난 가여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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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도 좋다고 했으니, 작게나마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끝에 해석에 도움을 주는 세 줄의 꼬릿말을 붙였으니 알아서들 해석하시길.
뭐! 못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