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게모노가타리 - 이어바이언, 왕이 되다/01
*이 이야기는 100% 픽션, 실제 인물따윈 존재하지 않음을 강력히 밝힙니다(데자뷰가 느껴진다면 그거슨 착각)
**이 이야기는 Nearbye, Ignir, Sintale의 합작입니다
왕은 모두를 사랑했다.
왕비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백성을.
왕은 그 자체로 뛰어났고 특출났다. 실로 천재라는 표현조차 아까울 정도로.
왕은 그 누구보다도 지혜로웠고
왕은 그 누구보다도 강인했으며
왕은 그 누구보다도 존경을 받았다.
……그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을정도로.
그렇기에 그는 고독했다.
모두를 사랑했고, 모두에게 사랑받았기에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그 왕좌의 무게는 오로지 왕만이 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왕은 그 고고함을 더해만 갔다.
그리고 언제까지 그 왕좌에 앉을 수 없다는 사실에 왕은 고심했다.
그리고 달력 6월 봄, 내전의 먼지가 자욱히 피어나 따스한 봄의 도래조차 가로막던 시기.
나는 감히 왕을 알현했다.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가문의 폐허 속에서...
왕은 친히 손을 내밀어 주셨다.
자책과 허망함으로 살 의지를 잃었던 내게 왕은 명령하셨다.
'살거라'라고.
그날부터 내 이름은 바뀌었다.
이어 N. 바이언에서 이어 N. 제르로.
왕께서 하사하신 목숨, 왕께서 하사하신 제르 왕가의 성.
그렇기에 감히 고할 수 없었다.
가문의 몰락의 원인은 바로 나라고. 나는 저주받은 아이라고.
왕의 그 따뜻함을 배신하고 차가운 반역자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게 싫어서 가문을 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이니까.
공식적으로 나는, 후계를 잇지 못하던 왕비의 가문에서 입양된 걸로 처리되었다.
아마 그랬기에 처음 왕비의 앞에 섰을 때, 나는 두려웠다.
왕비께서 출신도 모르는 나같은 것을 두고 무어라 하실지..
왕비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으실 뿐.
아, 그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왕비께선 몸소 이해하고 계셨다.
완벽한 국왕의 왕비는 어떠한 존재인지를.
왕이 고고한 만큼 그녀 자신 또한 더없이 고독하다는 것을.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는 내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었고 필요하다면 어머니의 역할까지 짊어지려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호의를 나는 사양치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나 죽어마땅한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위선은 떨 수 없었다. 우습게도 어째서인지..
하지만, 딱 한 번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다.
아마 그녀는 듣지 못 했을 테지만.
왕과 그녀와 나, 이 셋이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안기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엄마"하고...
게다가 어쩐지 그날은 밤이 오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난생처음 이 세상에 태어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위선뿐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겐 과분했던 왕실의 가정...
그것의 끝을 고하는 역사상 가장 큰 암살 사건으로 남아있던 '흑막' 사건.
반란의 중심이 아니었기에 피할 수 있었던건지, 멸문의 소용돌이를 견디고도 살아남아 의지했던 외세로 빠져나간 식솔들이 몇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단 하나.
가문의 배신자이자 현 왕실 후계자, 바로 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위대한 랄 제르왕의 통치에도 그 끝은 있는 법.
왕권이 강력할수록 그 계승에 어려움도 커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나만 죽여도, 후계가 없는 왕국의 내분은 자명한 일이었고 국왕 외엔 지지기반도 없는 나의 제거는 그리 힘들지 않은 작업이었음이 분명했다.
채 반년도 그 따스함을 지키지 못 했던, 달력 6년 가을.
나는 아마도 그것을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던 것인지 끝없는 정사로 지친 왕에게 다소 무리한 부탁을 했다.
"오늘 하루만 저와 같이 있어주세요. 아바마마."
늘 그렇듯 변변치 않은 왕실의 놀이가 전부였다.
광대를 구경하고 즐기고 웃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재미있었고 기뻤다. 아마 오른손에서부터 오는 그 따스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래전 봄에 묻어두었던 바로 그...
그리고 녹초가 된 저녁.
정원 안, 편안히 왕께 안겨서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흐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 뜨거운 것 때문에 왕과의 이별이 조금이라도 빨라진다는 것이.. 너무나도 한스럽고 싫었다.
이미 일국의 왕을 독차지 하고 있다는 대죄 중의 대죄를 짓고 있음에도.. 나는 그렇게나 뻔뻔스러웠고 가증스러웠다.
자신의 주제도 모른 채..
"왕이시여. 소녀, 고백할 게 있사옵니다. 일개 백성으로서 말이지요. 들어주시겠습니까?"
"허락한다."
흐르는 것을 닦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지을 수 있었다.
"소녀, 이 왕국에서 가장 높은 분을 감히 속였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들통날 것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숨기는 중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리고 이제는 감히 옥체를 해하려고까지 하니 부디 이런 소녀를 엄히 벌하여주시옵소서."
왕께서는 말이 없으셨다.
나는 그것을 감히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왕께 다가섰다.
그리고 왕비조차도 넘볼 수 없었던 그 자리를 훔쳤다.
나같이 더러운 것으로서는 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대죄를 저질렀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모든 죄보다 훨씬 더 무거울지도 모르는.
천천히 떨리는 입술을 떼고 왕께 물었다. 이미 격정으로 나는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었다.
"알고, 계셨나이까..?"
침묵 속에 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왕이시여.. 어째서 그런 저를... 저 같은 아이를 어째서.."
지금도 때때로 생각한다.
다시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감수할텐데.
그 이후의 10초 간, 짧디 짧은 공백의 시간을 내 손으로 채워넣을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나는 무엇이든 할텐데 하고.
그 다음은 이그니르 군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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