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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輓歌)
미캉 | L:42/A: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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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47 | 작성일 2019-05-12 12: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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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輓歌)

궂은 비 줄줄이 내리는 황혼의 거리를

우리들은 동지의 관을 메고 나간다.

수의(壽衣)도 명정(銘旌)도 세우지 못하고

수의조차 못 입힌 시체를 어깨에 얹고

엊그제 떠메어 내오던 옥문(獄門)을 지나

철벅철벅 말 없이 무학재를 넘는다. 

 

비는 퍼붓듯 쏟아지고 날은 더욱 저물어

가등(街燈)은 귀화(鬼火)같이 껌벅이는데

동지들은 옷을 벗어 관 위에 덮는다.

평생을 헐벗던 알몸이 추울상 싶어

얇다란 널조각에 비가 새들지나 않을까 하여

단거리 옷을 벗어 겹겹이 덮어 준다. 

 

( 이하 6행 삭제 ) 

 

동지들은 여전히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채 저벅저벅 걸어간다.

친척도 애인도 따르는 이 없어도

저승길까지 지긋지긋 미행이 붙어서

조가(弔歌)도 부르지 못하는 산 송장들은

관을 메고 철벅철벅 무학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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