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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두 사람의 대화 -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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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84 | 작성일 2019-05-15 05: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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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두 사람의 대화 - 유희경

 

그는 그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날의 하늘, 그러니까 파랗다가 보랏빛으로 변해간 그날에 대해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읽다만 책처럼 조금 낯설어 보였다. 그가 입을 다물었을 때, 나는 날아오르는 한 무리 새 떼를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나는 어둠에 대해 그 어둠을 뚫고 달려가는 속도의 굉음에 대해, 더 녹지 않는 늙은 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펼쳐 읽고 싶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충격과 충동에 대해, 언어와 억울에 대해 우리는 침묵을 선언한 사람들처럼 동시에 다른 곳을 보았다. 그는 사람은, 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들은 것 같고 나를 감싸고 어디론가 데려갈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나였는지 그였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그렇듯 마주 앉아 있었고 서로를 보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그저, 막막하게 귀를 기울인 것은 나임이 분명하다.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사, 2011, 62-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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