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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마을에 가서 : 고은(高銀) 시
크리스 | L:57/A:444
963/3,310
LV165 | Exp.29%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12 | 작성일 2019-10-07 07: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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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마을에 가서 : 고은(高銀) 시

문의마을에 가서 : 고은(高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1)

몇 갈래의 길2)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1)은 죽음2)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짤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1)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2)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감상 : 고은 초기시의 허무주의를 벗어나 사회적, 역사적 의식을 갖고 민중적 각성을 보이고 있는 이 시는 모친 상을 당한 신동문 시인의 고향인 문의 마을에 가서 장례식을 주관했던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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