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랑 살아가는 법 #11
#11 귀신과 잠들었다
"저도 같이 잘래요~!"
내 침대위로 뛰어드는 귀신씨. 한 발 늦은 듯 하다.
"한명도 벅차니까 나와."
"어떤 의미로요?!"
벌떡 일어나서 묘하게 호기심있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귀신씨.
아, 그런 걸 생각했던 건가..?
"그딴 거 아니니까 나가."
"아잉~! 둘이서만 치사하게 그러면 안되죠! 저는 가슴이 크니까 저승사자분께서 할 수 없는 것도 가능하다구요!"
그러니까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못 자게 하면 여기서 자버릴거예요!"
내 베게에 얼굴을 푹 담그며 말하는 귀신씨.
"의미를 모르겠어..."
"자게해주세요오오오~!!"
"싫어."
실망한 표정으로 나가는 귀신씨. 문 밖으로 나가면서 지은 미소는 '밤에 몰래 들어오면 안 걸리겠지.' 라고 생각해서 인건가.
어차피 귀신씨는 잠이 많아서 걱정할 것은 없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문 밖에서 들려오는 저승사자의 목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승사자의 목소리라... 뭔가 느낌이 섬뜩할지도.
"좋은 목욕이였다! 내일도 물을 받아놓도록."
"내 심복이 되는게 법이라면ㅅ... 어?"
저승사자의 손에는 입고 있었던 검은 도포와 모자가 들려있었다. 그, 그러면 현재...
"응? 왜 그러는가? 그렇게 멀뚱히 쳐다보고?"
아, 아아알몸?!
처음보는 여성의 몸이 저승사자가 될 줄은! 그게 문제가 아니던가?!
일본에서 괴이랑 맨날 마주치는 사람 첫째여동생이 스커트를 입었을 때만큼 충격적이야!
조, 좋군! 이 아니라!
"너, 너 옷을!"
그러자 이상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저승사자.
"하? 이렇게 더운데 옷을 입을 필요가 있느냐?"
"너한테는 부끄러움도 없는거냐앗!"
"부끄러움..? 어째서 옷을 안 입는것이 부끄러운 일이냐?"
완전히 날 바보라는듯한 말투로 말하는 저승사자.
이거 내가 이상한건가?!
아니, 아니지. 내가 이상한 거일리가 없잖아 이 상황은!
문화의 차이인거로군! 이건 문화적 충격이라고!
"뭐, 아무튼 자기만 하면 되는 거겠지?"
옷을 문 옆에 두고 이 쪽으로 다가오는 저승사자.
"오, 오지마!"
"?? 왜 그러는겐가? 어디라도 아픈겐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머리에 이마를 대는 저승사자.
내가 누워있었기에 묘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저승사자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것 같지만.
나, 난 아무것도 보고있지 않아! 지금 완전히 눈 앞이 살색... 아, 아니 검은색이야 검은색!!
그래 난 건전한 새나라의 청소년이니까! 아무런 느낌도 없지!
랄까 그거 남자가 아니잖아!
"음? 방금 무릎에서 뭔가가 움직인 것 같은데?"
무릎의 위치를 생각했을때, 100% 착각입니다! 착각이예요! 무시해주세요!
"뭐, 열은 없나. 그럼 자도록 하지."
그, 그래!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괜찮아!
그런 연유로 재빠르게 불을 껐다.
으아아아아! 불을 끄니까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 사면초가란 사자성어가 절실하게 몸에 와닿는다.
"아까부터 왜 그러는거냐? 힘들어 보이는데 뭔가 도움이 필요한겐가?"
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그냥 주무셔 주세요!
"그런데 생각보다 꽤나 괜찮은 몸을 가지고 있군."
..? 불을 껐는데 보이는건가?
"지금 내가 보여?"
"저승사자다. 밤눈이 밝은 건 기본이지."
그런가... 하긴, 자는 사이에 데려가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그런데 그대의 이불 한가운데가 유난히 솟아있는것 같은데 뭐인게냐?"
!!!!!!!!!!!!!!!!!!!! 밤눈이 밝아서 보인다는건가?! 젠장! 어, 어쩌라고 이거!
"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그런 것이냐? 땀을 많이 흘리는 것 같은데 자네도 옷을 벗는게 좋지 않은가?"
"아니! 추워서그래!"
"추워서 땀을 흘려? 뭐냐 그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저승사자.
뒤돌아 누운 기척이 든다. 이, 이제 자면 되겠지?! 그러면 모든게 끝나는거야!
"으으음... 아침인가..."
뭔가 내 몸에 무겁게 붙어있는 기분인데. 그리고 뭔가 오돌토돌한 느낌이 2개가량 드는 기분이고. 모기한테 물렸나? 그리고 뭔가 따스한 공기가 느껴지는데?
"가 아니잖아!"
저승사자가 내 몸에 달라붙어서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따스한 공기는 어린애라서 잘 때 새근새근 코를 골아서인가?
그러면... 이 2개의 오돌토돌한 감촉은 뭐지?
"으으음... 아침인겐가... 너무 늦잠을 잤군..."
여전히 한손으로 날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눈을 비비는 저승사자.
"호오? 벌써 일어나 있던겐가? 생각보다 성실한 남자로군."
의외라는듯이 쳐다보는 저승사자.
"그, 그보다 이거 좀 놔 주었으면 하는데..?"
"아? 신세를 졌군. 잠버릇이라서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으로 손을 떼는 저승사자. 이 녀석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건가?!
"후후후후후..."
기분나쁜 웃음소리. 목소리 주인은 십중팔구 귀신씨겠지.
"좋은 밤이셨나요? 저는 좋은 증거품을 얻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나에게 윙크하는 귀신씨.
카메라?
"당했다! 실체화가 가능했었지!!"
"후훗~ 제 요구를 들어주셔야만 사진기를 넘겨드리겠습니다!"
승리의 표정으로 날 가리키며 말하는 귀신씨.
"근데 그 옷은..."
전에 입었던 티셔츠와 저 반바지같이 생긴 건...
"네! 진우씨 셔츠와 팬티입죠!!"
"내 옷을 멋대로 입지 말라니까..?"
"제껀 제꺼! 진우씨의 것은 제꺼!"
"그런 불평등 조약같은 거, 알까보냐."
"그럼 제가 진우씨의 소유물이군요?! 아잉~ 진우씨도 참~ 그런 종류의 플레이를 좋아하면 안된다구요!"
... 오늘도 기운 넘치는 귀신씨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지.
"그래서? 조건은 뭔데?"
"아, 잊고있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귀신씨의 눈빛이 매서워 보이는건 오늘이 처음이다.
제발 이상한 것만 아니길...
"오늘 아침에 달걀말이 해주세요!"
"평범해?! 아니, 좋은 건데 왜 딴죽을 걸었지?!"
"야한 생각 하셨죠!"
확신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귀신씨. 부모님이 크리스마스에 뭘 받고 싶냐고 질문받았을 때의 어린애 같은 눈빛이랄까.
"달걀말이? 그건 무슨 물건이더냐?"
달걀말이를 모르는건가? 저승사자니까 이상할 것은 없지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냥 식탁앞에 앉아 있어."
아무튼 이렇게 귀신씨의 시련을 무사히 넘겨냈다.
"달걀말이라는 물건은 먹는 거였군?"
저승사자가 달걀말이를 집고는 말하였다.
"오오! 이거 맛있군!"
달걀말이를 먹고는 감탄하는 저승사자. 부모가 어린 자식 키울때 이런 기분일까?
근데 귀신씨는...
"에? 왜 그러시나요?"
뭔가 집에 붙어사는 백수인 자식 같단 말이지...
"아아~! 또 이상한 생각!"
"땡."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생각했나요?"
"오답."
"으우... 아침부터 대난관이군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귀신씨.
"근데 너, 저승같이 너가 살던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거야?"
"상관없다. 나는 애초에 너의 심복이 되었으니 너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 심복이라는거 말이야, 싫다면 그냥 안해도 되는데?"
최대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평화롭게 끝나다니, 나는 역시 운이 좋아.
"할거다."
"응?!"
"다 죽어가는 인간들의 푸념을 들으면서 억지로 끌고가는 것도 질렸고, 너의 음식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 하하?
"좋아. 나는 너의 심복이 되겠다."
"잘 되었네요 진우씨!!"
미소지으며 말하는 귀신씨.
아니, 이건 아니야. 뭔가가 틀려.
"잠깐! 그러면 너의 귀신씨를 잡아오는 임무는?!"
"갑자기 저를 팔기인가요?!"
미안하지만 잠시 미끼가 되어줘!
"어차피 너의 심복이 되었으니 상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신경쓸만큼 오지랖 넓은 저승사자따윈... 아, 1명 있긴 하겠군. 아무튼 별로 상관 없다."
1명 있다는 말을 파고들려고 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
"오, 옥황상제님께서 뭐라 하시지 않을까?"
"그건 이미 허락을 하셨다. 너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데, 너 옥황상제님과 구면인겐가?"
옥황상제같은거 보통 못보고죽지... 아니, 이미 귀신이랑 저승사자도 봤는데 이상할 건 없을지도.
"그럴리가 없잖아."
"그러느냐? 아무튼 잘먹었다. 혹시 오늘 외출 예정인가?"
개학이 쓸때없이 금요일이라서 오늘은 토요일. 게다가 주5일제라는 법이 도입되어서 토요일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뭐, 없다만?"
"에에?! 저 옷 사주신다고 하셨잖아요!!"
팔을 막 휘저으며 반론하는 귀신씨.
"아, 맞다."
"그런가? 옷을 사는 거라면 난 여기 있어도 되겠군."
"잠깐, 그럴리가 없잖아."
자연히 넘어가서 당황했으나 극적인 페이스 유지.
"너 그런 까만 도포같은거 입고다니면 오해받는다고!"
"무슨 소리냐! 이건 저승에서 유행하는 브랜드의 상품이니라!"
저승에도 그런게 있어?!
"아무튼 안 돼. 너도 따라와야해."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느니라. 갈 때의 옷은 어떤 걸 입어야 하는것이냐?"
아, 확실히 그럴지도.
"미나 씨에게 빌리는건 어떨까요?"
귀신씨의 훌륭한 의견.
"역시 그러는게 좋겠지?"
"미나? 누구인가 그건?"
"너만큼 키가 작은 녀석이야."
"키, 키 얘기를 또했겠다!!!!!!!"
"잠깐! 난 네 주인!"
무시하고 노란색 막대기를 휘두르는 저승사자. 자세히 보니까 배를 저을때 쓰는 그거랑 닮았는데.
랄까 일단 피해야 하는데!
"이 기세로 미나씨의 집까지 뛰어가죠!"
"좋은 생각이야!"
"우아아아아아!!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토요일 아침도 매우 힘겹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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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갔다오느라 늦었어욧!
죄송해욧!
보는분들이 소수정예시지만 아무튼 죄송해욧!
저 변태 아니예욧!
즐거운 하루 되세욧!
유아체형이 좋은게 아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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