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팬픽) 에피소드 오브 아퀴나스 - 2
“여기입니다. 올소라 님, 셰리 님.”
마지막 인사를 무척이나 정중하게 해서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어른스럽게 보이려 했지만,
아무래도 본인들은 전혀 상관을 안 하는지 눈앞의 건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샤를로트도 새삼 너무나 멋진 건물이라고 생각했다.
신전의 형태, 크기, 모두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완성도를 보이는 저 석조 신전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런 궁금증에 조사원 파견에 반 강제로 끼어든 것이지만, 결국 저런 특이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으면 들어가지도 못한다.
‘뭐…… 저 두 사람도 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샤를로트의 마음속에 작은 비웃음과 지금까지 한 고생들이 스쳐지나갔다.
무슨 짓을 해도 해석할 수 없었던 암호다. 겨우 둘이서 달려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때, 올소라는 생각했다.
‘마력 구조는 매우 복잡하지만…… 그거뿐이네요.’
살짝 웃음 지으며 문을 한 번 쓸어보자, 올소라의 손이 닿은 부분이 살짝 빛나며 회로 모양을 띠었다가 사라졌다.
“패턴 적용인가?”
셰리가 옆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문을 툭, 툭 두드렸다.
그러자 건드린 부분이 방금 전과 같이 회로 모양으로 퍼졌다가 사라졌다.
갑자기 오일파스텔을 든 셰리가 벽에 빠르게 마법진을 그렸다. 오일파스텔의 끝 부분에 회로 모양이 따라오듯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윽고 벽에 흰색의 진이 완성되자 셰리가 그것에 손을 대고 마력을 주입했다. 평소엔 그녀의 사역마인 골렘,
엘리스를 소환하는 마법진이지만, 저것은 다른 사용법을 발동한 것 같다.
지질 붕괴.
그녀의 손끝에서 돌이 터져나가듯 튀며 곧장 회로 방향대로 원상복귀를 반복한다.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던 셰리가 손을 떼고 이마의 땀을 쓸었다.
“수고하셨어요.”
“이거, 회로의 패턴이 몇 중으로 이어져있어. A를 고르면 2중의 a, 3중의 1로 연결된다고나 할까? 이것의 법칙을 정확히 완성해서 마지막 숫자 패스워드를 골라야해. 기회는 한 번. 실패했을 때의 경우는 나도 모르니까.”
저 녀석들은 아예 방식의 시도조차 못해 본 모양이고 말이야.
슬쩍 조사원을 바라본 셰리가 한숨을 쉬었다.
잠시 조용히 그 말을 듣던 올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셰리가 미세하게 웃으며 올소라의 등을 툭, 두드리고 뒤로 빠졌다.
“뭐 하시는 건가요?”
뒤로 빠진 셰리에게 샤를로트가 다가와서 물었다. 그 손엔 물병이 들려있었다.
묵묵히 그 물병을 받아 입에 넣으며 셰리가 말했다.
“저런 복잡한 구조는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거야. 성질 급한 내가 하면 짜증내느라 효율이 반분이지.”
“………그래서요?”
“올소라의 경우는 그게 반대야. 녀석은 배…… 아니, 제곱이지.”
“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이마를 찡그린 샤를로트를 툭, 건드리며 셰리가 말을 이었다.
“굉장히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시간만 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게 있긴 하지. 뭐, 대부분 중간에 정신력을 다 써서 포기하니까 불가능하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셰리가 곁눈질로 벽을 계속 쓸어보고 있는 올소라를 보았다. 샤를로트도 덩달아 그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의 눈에서 웃음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근데 저 녀석은 그게 없어. 중도 포기 같은 게 전혀 없으니, 단순히 ‘복잡하기만’ 한 건 완벽한 저 녀석 전문이지.”
그리고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시작했다.
“우리 둘이 붙어 다니는 이유는, 법칙의 해독이 느린……… 느리다보단 느긋한 올소라를 보완하기 위해 그런 부분에 눈치가 빠른 내가 있는 거고,
복잡한 수식에 취약한 나를 보완하기 위해 올소라가 있는 거다.”
그 말로, 확실히 이 여자는 올소라라는 저 느긋한 사람을 인정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로 정반대임에도 같이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까?
“셰리 씨, 이거 대충 알 것 같아요!”
“벌써?!”
딴 생각을 하던 도중에 시간이 엄청나게 지난 모양이다. 셰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올소라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벌써……다, 하셨다고요?”
그러자 올소라는 환한 웃음을 짓고서 너무나 가볍게 말했다.
“아직 다는 아니지만, 시간 문제일거예요.”
씨익,
그녀의 웃음이 조금 더 자신감을 띠었다.
“이래봬도 암호해독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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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으로 쓴 거 2개로 나눠올림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