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悲愴) - 한하운
悲愴
한 하 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悲愴)>이
이 격리된 나요양소(癩療養所)에
국경도 없이 차별도 없이
또 세균학도 없이
뇌파에 흐흐 느끼어 온다.
지금 나는 옛날 성하던 게절에 서 있고
지금의 나는 여기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수없이
떠내려온 하류에서
불시 나는 나의 현실을 차 버린다.
두 조각 세 조각 산산이 깨어진다.
지금
모든 것이 깨어진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만이
영원으로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