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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의 시 - 구상
에리리 | L:60/A: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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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8 | 작성일 2019-08-20 22: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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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의 시 - 구상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드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삽십(三十) 리면

가루 막히고

무주 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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