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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 <자화상>
크리스 | L:57/A:444
2,870/3,210
LV160 | Exp.89%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237 | 작성일 2019-09-15 0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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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 <자화상>

서정주 시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메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숫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

 

* 감상 : 근대 격동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괴롭고, 고통스러운삶을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노래한 작품이다. 근원적인 고통과 방랑의 모습, 이로부터 나오는 생명의 결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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