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시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시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 //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
* 감상 :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를 노래한 시이다.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의 힘든 수고와 삶의 무게를 짊어 지고 사시면서 외로움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어린 것들의 순수한 피’ 즉 자식들의 올바른 성장과 순수밖에 없다. 기독교 시인으로서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