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시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붉은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