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申東曄)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申東曄)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 감상 : 시인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는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고 묻고 있는데 이는 현재 상황으로는 도저히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한 맑은 하늘은 1894년 동학 농민 혁명, 1919년 3월 1일 독립 운동, 1960년 4·19 혁명에만 잠깐 빛이 났을 뿐이다. 순수한 인간 본연의 마음, 이상적 현실을 염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