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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노래 - 윤곤강
에리리 | L:60/A:454
2,035/3,330
LV166 | Exp.61%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22 | 작성일 2019-10-16 21: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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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노래 - 윤곤강

아지못게라 검붉은 흙덩이 속에

나는 어찌하여 한 가닥 붉은 띠처럼

기인 허울을 쓰고 태어났는가

 

나면서부터 나의 신세는 청맹과니*

눈도 코도 없는 어둠의 나그네이니

나는 나의 지나간 날을 모르노라

닥쳐 올 앞날은 더욱 모르노라

다못* 오늘만을 알고 믿을 뿐이노라

 

낮은 진구렁 개울 속에 선잠을 엮고

밤은 사람들이 버리는 더러운 쓰레기 속에

단 이슬을 빨아마시며 노래 부르노니

오직 소리 없이 고요한 밤만이

나의 즐거운 세월이노라

 

집도 절도 없는 나는야

남들이 좋다는 햇볕이 싫어

어둠의 나라 땅 밑에 번드시 누워

흙물 달게 빨고 마시다가

비오는 날이면 땅위에 기어나와

갈 곳도 없는 길을 헤매노니

 

어느 거친 발길에 채이고 밟혀

몸이 으스러지고 두 도막에 잘려도

붉은 피 흘리며 흘리며 나는야

아프고 저린 가슴을 뒤틀며 사노라

(정해 여름 삼팔선을 마음하며)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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