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 신동엽
제17장
관아는 텅 비어 있었다.
조병갑은 어젯밤 벌써
전주로 도망갔고
이속들도 쥐구멍 속 다
숨었다.
옥을 부쉈다.
뼈만 남은 농민들이 기어나와
관아에 불을 질렀다.
창고를 부쉈다.
석류알 같은 3천 석의
쌀이 썩고 있었다.
무기고를 부쉈다.
열한 자루의 일본도
스물두 자루의 양총(洋銃)
6백 발의 탄환이 나왔다.
동학군은
대오를 정돈했다.
인원을 점검하니 3천이 늘어서 8천 명,
전봉준을 둘러싼
수뇌진에서는
동학 농민당 선언문을 작성하여
각 고을에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