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 신동엽
삼백 예순 날 날개 돋친 폭탄은 대양 중가운데
쏟아졌지만, 허탕 치고 깃발은 돌아간다.
승리는 아무데고 없다.
후두둑 대지를 두드리는 여우비.
한 무더기의 사람들은 냇가로 몰려갔다.
그들 떠난 자리엔 펄 펄 펄 심장이 흘리워 뛰솟고.
독은 비어 있다.
다투어 배 밖으로 쏟아져 나간 콩나물 역사.
아침 햇살 속 오간 수만 화살. 날아간 물체들의
흐느낌은 정(定)한 문, 지평(地平)의 밖이었다.
그곳엔 무덤이 있다.
바닷가선 비묻은 구름 용을 싣고 찬란하게
찌들어오리니
급기야 홍수는 오고,
구렝이, 모자, 톱니 쏠린 공장 헤엄쳐 나가면
조상도 없이 옛 마을터엔 훵훵 오갈 헛바람.
쓸쓸하여도 이곳은 점령하라. 바위 그늘 밑, 맨 마음채
여문 코스모스씨 한톨. 억만년 퍼붓는 허공밭에서
턱 가래 안창엔 심그라.
사람은 비어 있다.
대지는
한가한
빈 집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