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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소속사의 나날(일상물) ㅡ 1 부 한꺼번에 올립니다(53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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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8-0 | 조회 2,780 | 작성일 2012-11-02 20: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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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소속사의 나날(일상물) ㅡ 1 부 한꺼번에 올립니다(53kb)

제목은 IM소속사의 나날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제목은 미정입니다.

다 읽고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댓글!!!

랄까, 3주동안 자기전 10분을 투자하니 총 4부중에서 1부가 써져버리네요 ㅋㅋ 수능 얼마 안남아서 심심풀이로 쓰던게 벌써...

재밌을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위 사진의 '난 황혼때의 음악이 좋다' 무시하셔도 좋아요.. 사실은 이 소설 전 제목이 저거였거든요..

아는 분한테 부탁했더니 저 퀼리티를!! 여주인 미시나의 모습입니다. 솔직히 머리는 더 하얬으면 좋앗겟지만.. 눈 색도 하얗게 해달라고 했건만 ㅠㅠ.....

 

아무튼 시작~

 

 

IM소속사의 나날.(By. Elucidator)

 

 

제 1권. 내가 IM소속사의 사장이다.

 

 

서문.

 

 


하얀 것은 쉽게 물이 든다.

 

 

 

 

 

프롤로그.

 

 


"미시나 유키씨 들어오세요"

 

그것이 그녀와 유우키 류토와의 첫 만남 이였다.

마이크를 통해 울려퍼진 목소리에 짧은 침묵이 있고 난 뒤, 조그마한 공간을 울리는 쇳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렸다.

살짝 굼뜬 동작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한 소녀.

그녀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자신이 열어놓은 문을 살짝 닫고는,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발걸음으로 류토의 앞에 놓인 조그만한 의자로 다가가 살며시 앉았다.

살짝 숙여진 머리가 들어올려지며 마주쳐진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ㅡ

ㅡ무(無).

새하얬다.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눈과도 같은 머리카락에 이 조그마한 공간을 새하얗게 물들여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백지'.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은, 새하얀 백지.

그 아름다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금씩, 그 새하얌에 휩쓸려 버린 듯,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고정된 시선으로 자신의 앞에 위치한 의자로 걸어와 살며시 앉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였다.

 

"무슨 풍경을 좋아해?"

 

방울이 울리는 듯한 맑고 깨끗한, 하지만 조금은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것이 그녀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눈높이가 같아진 그녀와 눈이 마주쳐지지 않았다면 아마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단지 눈이 마주친 것 뿐인데,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박동수를 2배를 늘리기 시작했다.

 

"나... 한테 물어본 거야?"

 

둘 만이 존재하는 이 작은 공간 안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류토의 입을 통해 실로 멍청하게 느껴지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소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물음을 이상하게 여기지도,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류토의 눈을 응시했다.

살짝 당황해버렸지만, 진지한 그녀의 올곶은 눈빛에 살짝 고민하고, 알맞는 대답을 내놓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황혼녘의 하늘을 좋아하는 것 같아"

 

시선을 피하며 검지로 뺨을 살짝 긁는 류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멋진 대답은 아니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살짝 커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류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에, 그 눈을 아주 조금이지만, 누그러뜨리더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정도로 조그맣게 미소짓고는 말했다.

 

"나도"

 

그리고 이어진 폭탄 선언.

 

"나, 여기 들어갈래"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하지만ㅡ 어느새 류토는 머리를 끄덕이고있었다.

 

 

 

 

 

 

 

 

 

1부. 소개합니다.

 

 

 

 

"바닷가 플레이 넘버 002, 수박깨기!"

 

아침부터 쾌활하지만 불쾌한 외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흐릿흐릿한 시야속에서 보이는 것은 어느새 수박이 되어버린 머리를 향해 '내려쳐지는 촙' 이였다.

퍽.

 

"......시하나"

 

무거울 정도는 아니였지만, 엄연히 중력의 힘을 받아 위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배를 짓누르는 이 외계 생명체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칼집 삼아 일본도를 집어넣는 듯한 동작으로 이마를 짓누르던 촙을 집어넣는 꽤나 무사같은 동작을 선보였다.

익숙한 광경.

이 다음은, 한층 늦게 그녀의 입에서 '스르릉'이라는 의성어가 흘러나올 것이다.

 

"스르르릉"

 

그러든지 말든지 유우키 류토는 이제는 회복된 시야와 함께 자신의 위에 앉아있는 외계 생명체, 자칭 '히노미 시하나라는 이름을 빌려쓰는 외계인'이자 IM소속사의 일원인 그녀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일단은 위에서 내려와"

 

입 밖으로 내뱉어진 첫 말에, 시하나는 무엇이 불만인지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고양이 같은 유연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안짱다리로 앉았다.

하지만 금새 밝은 표정으로 한 때 누군가를 깨우기위해 촙으로 사용되었던 오른손을 이번엔 천장을 향해 높이 들어올리며 여전히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굿모닝!"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맞는 매일의 아침마다 진지한 의문을 갖게된다.

FBI는 뭘하고 있는 걸까ㅡ 라고.

그러한 의문을 품은채 초록색 무늬 계열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류토는, 자신의 눈에 비추어지는 외계인의 모습에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한숨을 내쉬었다.

자칭, '히노미 시하나라는 이름을 빌려쓰는 외계인'인 이 외계 생명체는, '겉'으로 볼 대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소녀', 일단은 '사람'이였다.

아니, 오히려 '겉'만 보자면 사람 사이에서도 상위 랭크인 미소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귀여웠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연노랑색을 띄우는 머리카락과 빠져들어갈 것 같은 투명한 초록색의 눈동자는 이탈리아 어머니로 부터 물려받은 그녀만의 특색이자 자랑이였다.

하지만ㅡ

 

"...너 또 그 복장으로..."

 

보이는 것은 큰 개구리가 그려진 헐렁한 초록색의 파자마 차림.

류토가 아닌 다른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정말로 위험하다.

두 사이즈나 큰 파자마를 입은 탓에 모두 채워진 단추에도 불구하고 목에 딱 붙어있어야할 카라는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고, 그 탓인지 쇄골은 물론 가슴계곡까지 시원하게 드러내어지고 있는 데다가, 조그마한 두 손은 긴 소매에 의해 모두 가려져버린 탓에 보이지도 않았으며, 그 상의 밑으로는 속옷 빼고는 아예 입고있지도 않았다.

다행인건지 아닌건지, 일단은 중요한 부분은 다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엄연한 옷의 구실을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이 모습은 남성 호르몬에 대한 자극이 너무 심했다.

3달 전의 류토였다면 이 차림에 놀라서 뒤로 자빠지거나 코피를 쏟거나, 그런 추태을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이 외계인 한정 관세음보살의 법칙을 깨달은 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광경이 되어버렸다.

 

"이걸 입혀 준건 류토였는데?"

 

관자놀이를 한손으로 지긋이 누르며 다시 한숨을 내쉬는 류토를 올려다보는 시하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갸우뚱했다.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면서도 3개월 전에 있었던 해프닝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

"...변명이야"

"첫 대면부터 아, 알몸으로 내방으로 쳐 들어온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그, 그건 샤워하고 나온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였어"

"그런 것을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게다가 샤워하고 나온 건 너였잖아?!"

"...사실은 옷 입는 걸 까먹은 거였어"

"더 나빠!!"

"몰라"

"'몰라' 같은 소리 하지마ㅡ! 아니, 왜 또 어제랑 같은 대화를 이어야 하는 건데?!"

"후, 후ㅡ훗, 엘, 프사이, 콩그루. 넌 이미 나의 굴레에 빠졌다"

 

시하나는 소매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오른손을 들어올리더니 손가락만을 세워 얼굴의 반쪽만을 가렸다.

 

"...전부터 궁금했던 거지만, 그 미묘하게 멋져보이는 자세에서 내뱉어진 슈뢰딩거 파동 방정식(프사이-psi)이 포함된 주문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아무 의미 없다!"

"ㅡ당당하게 말하지마!!"

"아..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자유로운 왼손의 검지만을 뻗어 류토를 향해 들어올렸다.

 

"보았겠지! 나의 초능력을!"

 

허를 찔린 탓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펄럭이며 따라 올라간 헐렁한 소매는, 천천히, 시간이 지나면서 중력의 힘을 받아 축 늘어지며 그 가녀린 팔의 실루엣을 드러내었다. 얇고 길게 뻗어진 팔과 조그마한 손, 그리고 그 손에서 뻗어나온 검지. 그것을 드러내놓고선 여유가 있는 남은 소매들은 밑으로 축 처졌다.

ㅡ그리고 그 축 처진 소매 안쪽을 동쪽에 나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비추어 그림자에 가려져야할 하얀 속살이ㅡ

 

"...너 말이야..."

"응?"

 

ㅡ무방비해도 정도가 있지

류토는 축 늘어지려는 머리를 한손으로 지탱하며 말했다.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리는 시하나가 그것을 이해하기 까지는, 이 조그마한 방안에서 시곗바늘 소리가 10번 정도 울릴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그 얼굴은 천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시하나는 수치인지 분노인지 모를 표정을 띄우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날라온 앉은 자세에서의 하이킥.

 

"모, 못난 지구의 변태에게는 하이킥 초능력을!!"

 

시야가 까매지기 전, 초록색 실크무늬를 본것 같았다.

퍽.

차마 반응하지 못할 빠른속도로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류토의 뒷통수를 가격하는 시하나의 발.

 

"아ㅡ파!! 아니, 애초에 그거 이젠 초능력도 뭣도 아니잖아?!"

"류, 류토도 참ㅡ"

"ㅡ뭘 부끄러워 하는건데?!"

"그..그렇다면 이번엔 못난 지구의 변태에게는 어퍼컷 초능력ㅡ"

"ㅡ죽일셈이야?!"

"그..그럼 못난 지구ㅡ"

"그건 이제 됐어!"

 

발로 차인 것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리고 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한숨이 내뱉어졌다.

이곳에 이사한 후로 한숨을 쉬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류토는 한숨을 좋아해"

 

두 볼을 다람쥐처럼 잔뜩 부풀린 시하나의 혼잣말 같은 말에, 찰나, 발끈할 뻔 했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고 문뜩 보이는 침대 옆의 책상 위로 6시 3분을 알려주는 밋밋한 직사각형의 디지털 시계에,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너무 이른 시간이였다.

어떻게 되었든지,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하아ㅡ, 대체 언제 일어난거야?"

 

한숨이 섞여진 목소리.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꽤 오랜시간 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류토는 밋밋한 회색의 직사각형 디지털 시계로 부터 시선을 옮기니 보이는 것은 조그마한 손으로 턱을 짚으며 고민하는 외계인의 모습이였다.

 

"..저기, 시하나?"

"...그럼 류토, 정말 마지막으로 못난 지구의 변ㅡ!"

"ㅡ그건 됐다니까!"

"하지만..."

"하지만 금지. 그래서 오늘은 왜 이 시간에 온거야?"

 

이유 따윈 없으리라는 걸 알지만, 예의상 물어보았다.

 

"눈을 떠보니까 5시 30분이였어"

"...그래서?"

"옆방 문 앞에서 류토를 기다리고 있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의 옆방은 코우나 선배의 방이야..."

"그리고 류토가 나오는 순간 '열려라 참깨!' 하려고 기다리는데 30분이 지나도 안나와서 그대로 문 열고 류토를 깨웠어."

"역시나 결국은 심심해서 잖아ㅡ!"

"류토 탓이야."

"그런거야? 내 잘못인거야?"

"응"

"웃기지마! 이 중2병!... ㅡ잠깐, 어제는 안까먹고 문 잠궈놓고 잤던걸로 기억하는데"

"훗, 우주은하 213번째 도적슬롯의 창문따기 스킬로 들어왔어"

"창문은 잠궈놓지도 않았어! 고작 설정주제에 너무 치밀해!"

"뭐 어때ㅡ"

"'뭐 어때ㅡ' 같은 소리 하네ㅡ! ......아니, 설정이란 부분에선 부정안해도 괜찮아?"

"하찮은 지구인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다고 E.T가 그랬어"

"내가 아는 E.T는 그렇지 않아!! ...아아, 오케이, 인정 할게. 넌 외계인이야. 이제 그만 우주로 돌아가!"

 

언제나 이런식.

하루하루, 매일 아침을 항상 이 외계인에게 말려듬으로 시작되어 버린다.

1년에 한번 밖에 오지 않을 생일인 오늘 조차도.

그런 류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하나는 양쪽 볼을 크게 부풀리며 불만을 표했다.

 

"류토 바보"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나서는 방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내가 뭘?!"

 

이미 굳게 닫힌 문을 향해, 애꿎은 듯이 물었다.

하지만 이젠 어찌되든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죽기전에 자신이 정말 잘못된 인간이였던건지 슈타인즈게이트, 저 너머에서 확인해 보고 싶을 뿐.

ㅡ이런, 중2병에 전염됬나.

류토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외계인이 사라지고 조용해져버린 방안을 둘러보았다.

5평 크기의 조그마한 방.

거기다가 침대와 책상, 그리고 장롱에 조그마한 서랍까지 들어서니 너무나도 비좁아 보였다.

폐쇄감.

 

"일단은... 씻자"

 

갑자기 느껴지는 답답함에 서둘러 침대 옆에 위치한 조그마한 서랍에서 타올과 속옷을 챙긴 뒤, 도망치듯 방 문을 열었다.

 

"열려라ㅡ 참깨!"

 

문 틈에서 쇳소리가 맞물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울림과 동시에 보이는 것은, 절대 농담이라고 할 수 없을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서 있는 알리바바산 외계인이였다.

그 다음은 자동반사.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이미 몸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는 듯, 101호라는 팻말이 걸려진 방 밖으로 한발짝 내딛어진 발을 다시 되돌리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왠지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방안이 갑자기 상쾌한 숲속으로 바뀐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 류...류토? 왜 닫아버리는 거야?"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만끽하는데, 당황한 듯한 시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덤으로 고양이가 문을 긁어내는 듯한 소리도 함께.

 

"류..류토?"

 

여기서 대답하면 지는거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했다.

 

"아... 알았어, 안할테니까, 문 좀 열어줘.."

 

아자.

아무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얕게 들어올려진 오른손을 살짝 쥐었다.

그리고 그 오른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고 시곗방향으로 반바퀴 돌린 후 기세 좋게 잡아당겼다.

 

"열려라ㅡ 참깨!......"

 

ㅡ기대 했었는데.

이번에는 고의 반 자동 반사 반이였다.

문이 닫히기 전에 보였던 창백해짐과 동시에 천천히 울상을 짓는 시하나의 얼굴은 가볍게 잊어주었다.

 

"미...미안해애애! 이건 본능이라 어쩔 수 가 없단 말이야~!"

"이것도 본능이야! 나의 정신 제어장치가 망가지기 전의 보호차원이라고!!"

"그...그 정도야?"

"즉답할수 있어!"

"아..알았어! 류토, 이번엔 정말로 참아볼게!"

"그냥.. 2층으로 올라가주면 안될까?"

"아..알았어! 류토, 이번엔 정말로 참아볼게!"

"무시하기냐!!"

 

왠지 열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지만, 조금전 울상짓는 시하나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조그마한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속는 샘치고 한번만 믿어보자 라는 식으로 문을 열었다.

 

"열려라ㅡ 참ㄲㅡ...흡!"

 

속는 샘치고 문을 열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ㅡ우와, 때려주고 싶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릇된 생각.

금이 가있던 정신제어장치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것 같다.

이미 조그마한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시하나의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손이 먼저 움직일 뿐.

그래도 3년 간 미국에서 익힌 남성으로써의 매너가 습관화되었기에 몸이 조금은 거부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아니 어떻게 본다면 당연하게, 정신도 몸도 의견이 일치한 것 같았다.

 

"뭐... 같은 나이니까 괜찮지않을까?

 

자기합리화.

그리고는 곧바로ㅡ

 

"...말 안듣는 우주의 외계인에게 관자놀이 빙글빙글의 처벌을ㅡ!!"

 

류토는 조금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시하나의 등 뒤로 발걸음을 옮긴 뒤, 그녀의 관자놀이에 두 주먹을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우..우갸갸갸갸갸갸앗!!"

 

좁은 복도를 울리는 외계인의 울음소리.

하지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두 주먹은 멈출줄 몰랐다.

 

"아침부터 흥분하지마, 류토"

 

콩.

정수리에서 살짝 느껴지는 둔한 아픔과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가는 주먹이 멈추어졌다.

류토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머리를 끌어 앉는 외계인을 아쉬운 듯 한번 힐끔 쳐다봐 주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미즈츠리 선배? 별일이네요, 이 시간에 일어나 계시고"

 

아침부터 백의가운을 걸치고 나타난 이 사람의 이름은 미즈츠리 소라.

그 존재를 말할 것 같으면, 외계인과 인간의 중간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생명체ㅡ, 하지만 그 파괴력 만큼은 외계인 보다도, 인간 보다도 큰 존재 였다.

그 증거는 진짜 외계 생물체인 '자칭 히노미 시하나라는 이름을 빌려쓰는 외계인'이 방금까지 겪었던 빙글빙글 처벌의 무서움을 잊어버리고 류토의 뒤에 숨은 채 경계의 눈빛으로 미즈츠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냐, 방금 들어온거야."

"더 심하잖아!?"

"어쩌겠어. 놓아주질 않는데"

"저기, 미즈츠리씨, 당신 일단은 연예인이거든요? 당신이 매 달, 아니 매 주 밥 먹듯이 일으키는 스캔들을 수습하는 건 저라고요!!"

"그 점은 고마워하고 있어"

"그럼 좀 고치던가요!"

"미안"

"그 부분에서 사과하지마!!"

"뭐,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냅두고... 그나저나 너희 둘은 여전히 사이 좋은데?"

"재미없는건 선배겠죠!! 물론 나도 재미없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장본인이 당신이잖아!? ......그리고, 이참에 선배 자신을 직접 해부해보세요. 특히 눈 신경을 중심으로"

 

류토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미즈츠리는 일단은 어엿한 인간이다.

대화를 할 때면 대화가 성립한다.

그 방향성은 조금 고려해봐야 겠지만.

 

"나참, 나를 해부해버리면 더 이상 즐거운 일을 할 수 없잖아?"

"악취미에요"

 

정말 싫다는 얼굴로 말하는 류토를 미즈츠리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느껴지는 불쾌감.

저 눈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다.

마치 하나의 실험대상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눈.

미즈츠리의 취미는 '인간관찰', 인생의 좌우명도 '인간관찰'이였다.

저 살짝 마른듯한 샤프한 외모에 알맞게 위치한 살짝 날카로운 눈매의 자칭 '모든 것을 아는 눈'은, 사람의 정신적인 심리든, 물리적인 육체든, 모든 것을 꿰뚤어보았다.

그 이유 때문인지 가까이 하기 조금 꺼려지는 사람이다.

 

"아니ㅡ, 오늘 특히나 들떠보여서 말이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정정한다.

'가까이 하기 조금 꺼려지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가기 싫은 사람'이다.

항상 다 안다는 듯한 저 눈빛.

그게 실제로 적중한다는 사실에 더욱 얄미웠다.

 

"뭐, 나는 이만 사라질게. 시하나쨩이 무섭게 째려봐서 말이야~'

 

여전히 이래저래 잘 피해다니는 사람이다.

그렇게 103호 라는 팻말이 걸려진 방을 향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들어가버린 미즈츠리.

류토도 미련없이 등을 돌리고 몇 발자국 앞의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목판에 '1층 남성용 ♡' 라고 파여써진 팻말을 앞에 두고 욕실 문 손잡이에 손을 뻗으려니,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어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시하나, 나 씻을 건데"

"응"

"...왜 따라오는 거야?"

"류토를"

"누구를이 아니라 왜!"

"...그...그건 못된 지구의 변태가 다른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해!"

"아까부터 묻고 싶었지만, 난 전 우주적 변태인거야!?"

"생각해보니까 1층 복도는 2층 복도보다 조금 넓은 것 같아"

"내 물음에 대해선 노코멘트?!"

"음, 류토, 나 벗으면 굉장해"

"안 벗어도 이미 다른의미로 굉장해! 이제 웃기는 소리 그만하고 2층으로 올라가!"

"...이곳이 2층이다"

"...지금 시비거는거지?"

"후ㅡ후후. 궁금하다면 욕실 문을 열어보시라!"

"안 궁금해! 랄까, 너에겐 이 팻말이 안보이는거야?!"

"엘 프사이 콩그루. 그것 조차도 조직에 의해 계획 된 일이다.."

"아오ㅡ!"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밀려오는 짜증을 한숨으로 배출해내며 욕실 문을 열었다.

 

"읏"

 

문을 열자 도망치듯 쏟아져 나오는 뿌연 수증기가 피부를 훑고 지나갔다.

오른팔로 얼굴을 살짝 가리며 감겨졌던 눈을 뜨니 뿌연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이 보였다.

 

"대체..."

 

몇 발짝을 뒷걸음치며 수증기에 가려졌던 시야를 회복하니 보이는 것은ㅡ

 

"...아"

"에...?"

 

ㅡ뿌연 수증기의 중심에서 사각팬티를 입는 중에 있는 한 '여자'였다.

길게 늘어뜨러진 흑발은 숙여진 허리에 바닥에닿아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는 이미 사각팬티에 넣어진 상태, 그 자세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어째서 사각팬티냐, 평소라면 그부분을 걸고 넘어졌어야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여자'가 1층 욕실을 사용하고 있냐는 것이다.

ㅡ정말 이곳은 2층 인거야?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이런 의문이 자리잡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루어진 수 초 간의 아이 콘텍트.

하지만 그것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그녀에 의해 깨져버렸다.

 

"죄...죄송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을 쌔게 닫고 어느새 붉어진 얼굴을 향해 부채질을 했다.

 

"후후.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알면 말을해!!"

 

 

 

 

류토는 아직도 회오리치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채 욕실 문 앞을 일정한 간격으로 왔다갔다거렸다.

 

"류토, 순찰 하는 유닛 같아"

"뭐야... 그건"

"게ㅡ임ㅡ"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시니 더욱 무슨 소리신지 모르겠습니다"

"중앙 기지를 중심으로 머신건 유닛이 순찰을 나가는 거야!"

"무슨 게임인진 모르겠지만... 요컨데 순찰대란 말이지? 조금 멋있을지도..."

 

머릿속으로 군인복을 입고 머신건을 든 용맹한 전사를 떠올렸다.

 

"그 게임에선 슬라임 수준이지만"

"순찰대의 위엄은?!"

 

이런 대화가 이루어지는 도중, 갑자기 욕실 문이 열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문 앞에 서 있던 류토는 자신에게 밀려오는 뜨거운 수증기에 밀려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뿌연 수증기 안에서 한 실루엣이 걸어나왔다.

 


"에...? 유...키루?"

"후후, 낚였구나, 류토!"

"넌 조용히 해! 아니, 알고있었어?!"

 

욕실에서 나온 것은 '여자'가 아니였다.

카제미네 유키루.

104호에서 살고있는 동급생이다.

중성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가녀린 몸매와 뽀얀 피부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의 포니테일이 인상적인, 일단은 '남자'다.

유키루가 이런 중성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것은 아마 3분 늦게 태어난 2란성 쌍둥이인 202호에서 사는 여동생과 같은 골격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잔지 남잔지도 구분 못할 정도로 여성스럽다.

지금, 욕실에서 나온 유키루는 젖은 머리에다가 헐렁한 초록색 후드티에 핑크색 츄리닝까지 입고 있으니, 도저히 남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메모르제 성인(星人)(투 러브 트러블 참고) 같은...

그래도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중에서는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현재 왼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푸른 천에 싸여있는 죽도를 들고있는 것만 보아도 일단은 IM소속사의 일원 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욕실에 있었던 사람이 너였어?"

"...응"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를 위해 묻는 물음에 허스키하면서도 살짝 얇은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사각 팬티를 입으려던 것도?"

"...응"

 

이쯤되니, 머리가 슬슬 아파왔다.

 

"그럼 왜 얼굴을 붉히는 건데?!"

"...나도 모르게.."

"랄까, 이상하잖아! 내 상처받은 사춘기의 동심은 어쩔꺼야?!"

"...베어줄게...?"

"대체 어떤 보정을 거치면 대화가 그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이어지는 거야! 거기다, 어째서 의문형!? 내가 '응'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어?!"

"...내 추태를 보인 이상 베어버리면 편해져"

"편해지는 건 너겠지! 아니, 그전에, 뭐든지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지마!"

"...역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아"

"진지하게 말하니까 진짜 무섭네 이거!"

 

갑자기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머리에 한손으론 벽을 짚고 다른 한손으론 얼굴을 덮으며 몸을 벽에 기대었다.

 

"후후, 힐이 필요한가"

"...필요없어"

"후, 후후, 힐이 필요한가"

"재방송 하지마ㅡ앗!"

"조..조금 쯤은 필요해줘도.."

 

지쳐버린 류토는 이젠 더이상 반박할 힘도 없어, 벽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아버렸다.

시하나는 그것을 긍정의 표시로 받아들였는지, 투명한 초록색의 눈동자를 한층 빛내며 류토에게서 두 발자국 정도 물러나더니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며 두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 후, 너무나도 진지해진 표정 속에서 조그마한 입으로 무언가를 작게 중얼거리곤, 안그래도 크고 동그란 눈을 더 크게 확장시키더니ㅡ

 

"ㅡ아 맞다, 나 암흑속성이였지..."

 

기대는 분명 안하고 있었다.

분명 그랬을 터이다.

하지만 뭘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암흑속성인걸까.

 

"포션도 없는데... 미안해 류토..."

 

그냥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이제는 수증기가 다 빠진 욕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IM소속사.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의 소속사와는 조금 다르다.

IM은 Instrumental music의 약자로써, 그 의미를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악기 음악'이된다.

즉, 오직 악기만으로 하나의 음악을 창조해 내는 것이 목적인 소속사ㅡ 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요컨데, 한 가지의 악기로 보컬 파트인 멜로디는 물론, 베이스 부분 까지 표현해 내는, 고차원 적인 음악이다.

물론, 최근 20년간 코타로 오시오의 기타음악이라든가,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음악이라든가, 이미 이런 식의 음악들은 알려질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소속사 인 채로, 이런 방향으로 '대중화'가 된 것은 아마 일본, 아니, 전 세계적으로 처음일 것이다.

그것 때문인지 일본 뿐만이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생 소속사였다.

만들어진 것은 겨우 1년 전.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놀랍게도 그 창시자는 겨우 26세, 유우키 마후유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왜 그런 대단한 것이 커다란 짐이 되어 현재 IM소속사의 부속 합숙소인 일명 '타소가레(황혼)의장'에서 살고 있는 18살의 한 소년의 어깨에 얹어진 것일까.

그것은 그 당사자인 소년에게도 전대미문이였다.

 

"하아... 지쳤다"

 

지친 듯 한숨을 내쉬는 류토는 현재 뜨거운 물이 담긴 욕탕에 몸을 담근 채 새하얀 타일로 장식되어진 욕실의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벌써 이 곳, 살짝 고풍이 느껴지는 '타소가레장'에 온지도 4개월이 지났다.

살짝 어두운 톤의 갈색 목재로 지어진 이 건물은 빨간 지붕과 어우러져 황혼녘의 모습을 상기시킨다는 이유에서 '타소가레(황혼)'장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아니, 애초에 류토의 친 누나가 이 낡은 건물을 재건해서까지 무리하게 산 것은 황혼녘의 분위기와 비슷해서 였을 것이다.

꽤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류토였지만, 그것이 마후유 누나의 영향이라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인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로 자주 전근을 가는 부모님 대신 친 누나인 마후유를 부모 대신으로 잘 따랐던 류토는, 황혼의 풍경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그녀의 영향으로 매일마다 해가 지기 전, 집 옥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마후유의 입에서 습관처럼 흘러나오는 멋진 말에ㅡ

 

"인생에 황혼은 모두 8번... 그리고 모두 저 하늘처럼 아름답다....였나?"

 

ㅡ'황혼'이라는 존재는 류토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류토는 욕탕안에 눕혀졌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두 무릎을 끌어안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황혼녘의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듯 미소짓는 마후유의 모습이 떠올랐다.

류토 자신을 이런 상황에 빠뜨린 장본인이지만, 미국에서 3년간, 마침내 일본에 도착해서도 4개월 간 얼굴한번 보지 못한 친 누나의 얼굴이 살짝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영국에서도 매일마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경치 좋은 곳에서 자리잡고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ㅡ갑자기 류토의 몸이 떨리며 욕탕에 받아진 물에 파동을 일으켰다.

 

"시...시스콤은 아니야!!"

 

그렇게 벌떡 일어나서 외치고나니, 살짝 부끄러워져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다시 욕탕 안으로 몸을 담궜다.

이 4개월, 생각해보니 정말 폭풍같은 나날들이였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미국에서 살던 류토에게 걸려온 억지스러운 친 누나로부터의 편지였다.

그 내용이란, 대충 '영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안좋은 일이 생겼으니 바로 가봐야하니, IM소속사의 제일가는 문제아 집단 5명만 맡아달라'라는 글이였다.

아버지가 힘들다는 말에 꽤나 고민 했지만, 미국에서 사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 귀찮았다.

그런 것 치고는 결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초 남짓이였다는 것이 류토에게 있어 조금 찔리는 부분이였지만.

그렇게 곧바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ㅡ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나 이미 영국이야' 라는 말과 '그 5명은 너와 비슷한 나이니 걱정 말라'라는 필요없는 격려와 '그냥 매니저일만 해주면 돼' 라는 조금도 안심되지 않는 격려 뿐이였다.

그리고는 결국, 그 날, 당일, 일본으로 날아온 것이였다.

나중에 살짝 들은 '선물을 사갈게' 란 말에 넘어간 것, 절대 아니다.

사실은 3년 만에 다시 보는 일본이라서 살짝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미국에선 보지 못했던 밀린 만화나 소설도 보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보고, 기왕이니 여행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비행기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무른 생각이였다.

류토는 자신의 친 누나인 마후유가 믿을 사람이 못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였다.

정말 나중에,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마후유가 말한 그 문제아 5명이, 고작 5명이, IM소속사의 전 인원이였다는 사실은 엄청난 함정이였다.

아직은 신생 소속사이기때문에 그런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래 가지고는 매니저가 아니라 한 소속사의 담당자랑 뭐가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오려 했다.

 

'류토는 한숨을 좋아해'

 

꼬로로록.

그러나 갑자기 오늘 아침에 외계인으로 부터 들은 열받는 소리가 떠오르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도중 그 얼굴을 물 안으로 잠수시켜버렸다.

 

 

 

 


현재 류토는 샤워를 끝낸 뒤 자신의 방인 101호로 돌아와 조그마한 크기의 책상에 앉아있었다.

아직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어있는 살짝 긴 듯한, 갈색 빛의 숱이 조금 많은 곱슬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채, 축축해진 수건을 목에 둘러 놓고 책상위에 놓여있는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다섯 개의 평행선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지는 제각각인 음표들.

평소라면 자칭 '히노미 시하나라는 이름을 빌려쓰는 외계인'에 의해 침략 당해야 정상이지만, 봄방학이 끝나가는 지금, 이렇게 숙제가 밀려 있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은 그 장단에 어울려줄수 없을 노릇이였다.

하지만 숙제라고 해도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였다.

그냥 단순 노가다, 악보를 직접 손으로 카피해서 그려내면 된다.

솔직히 류토 자신도 이런 숙제에 무슨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른다.

설령 작곡가의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연습이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빨리 그려낼 필요도 없고, 잘 그려낼 필요도 없지 않는가.

뭐, 이런 불평은 마치 기계발명의 과학자라는 꿈을 가진 학생이 '왜 나는 화학을 배워야 하는 거지?' 라는 것과도 같은 저차원적인 의문과도 같은 것이지만.

이렇게, 언제나 그렇듯, 전혀 쓸구석이 없는 생각을 즐겨하며 점점 흰 종이 위의 검정색 잉크의 비중을 늘려가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굉장한 몰골을 하고있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실ㅡ례ㅡ"

 

문을 열고 들어선 그 여성은 살짝 휘청거리는 듯 싶더니, 곧 열린 문의 문주방에 몸을 기대며 나른한 표정에 미소를 띄웠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나에 선생님..."

 

스기타루 하나에.

멈추어진 손 아래에 그려지다 만 악보의 상단에 적힌 한 글귀, '세이쿠 음악 고등학교'의 이사장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빛을 띄우는 조금 긴 단발머리에 20대 후반 치고는 꽤 동안인 얼굴에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랑거리는 현재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에 헐렁한 보라색 티셔츠, 그리고 회색의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에 감추어져 더이상 이사장의 위엄따위는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오늘도 당신이 제가 다니는 학교의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게 만드는 몰꼴을 하고 계시네요..."

 

솔직히 인정하기 힘들다기보다는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100번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인정하기 힘든, 아니, 싫은 부분은 이것이 아니였다.

저런 꾸미지도 않은 무방비한 모습이 내일모레면 계란 한판이 될 레벨 29의 이사장에게는 귀여움의 플러스 포인트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저 365일 나른할것 같은 표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ㅡ 하며 진지하게 생각해본적도 있었다.

 

"인정하지 않아도돼에ㅡ.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실은 변치 않을테니까아ㅡ"

"그냥 받아들이란 소린가요?"

"이미 이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 만큼이나 정확해져버린 기정 사실이야아ㅡ"

"이젠 자연법칙 수준?!" ㅡ 자연법칙 : 사회문화 공부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불변의 법칙'을 말하는 용어입니다.

"뭘 이제와서 놀라고 그래에ㅡ?"

 

진심으로 류토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에ㅡ 그러니까, 오늘의 류토군의 텐션을 보니까... 시하나에게 안 덮져진 것 같네에ㅡ?"

"...아뇨, 오늘은 더 심했어요"

"으엑ㅡ? 그런... 설마 익숙해진 거야?"

 

갑자기 얼굴을 싸악 굳히며 말하는 이사장의 얼굴을 보면서 '오오, 나른함이 사라졌어'ㅡ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는 도중,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곤 강하게 반박했다.

 

"거기에 익숙해지는 순간 전 이미 사람으로써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게 된다구요?!"

"뭐... 류토군이라면야아ㅡ"

"ㅡ안됩니다"

 

공중에 있는 공기를 힘껏 손등으로 때려주는 듯한 동작과 함께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돌아온 나른한 표정과 함께 턱에 짚으며 고민하는 이사장.

 

"으음ㅡ ......그럼 오늘의 교후운ㅡ!"

"...우와아ㅡ 선생님한테 교훈을 받을 날이 올줄이야... 아니, 어째서 갑자기?"

 

여러의미로 순수하게 놀랐다.

 

"남자라면 먼저 여자의 화원에 손을 뻗어야하는 버업ㅡ!"

"그 교훈의 의미를 모르겠어!!"

 

존대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는 류토의 말을 가로막듯이, 하나에선생님은 몸 뒷쪽에 숨겨져있던 '술병'을 앞으로 들어올리며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쯧! 언제까지 덮쳐지기만 할껀데ㅡ? 요즘은 진성 M인 남자는 인기가 별로야ㅡ~ S로 갈아타버려엇ㅡ!"

"당신 이사장 맞어!?"

"뭐ㅡ 일단은"

"랄까, 덮쳐진다는게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걸 아시는 분이 그런말 하지마세요!"

"에ㅡ? 존재가치가 사라지게 된다는 말은ㅡ?"

"뭘 이제와서 의외라는 얼굴을 하시는 거에요?! 아니, 하루의 시작을 외계인의 촙으로 맞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 존재가치가 있기나 한건가요?"

"헐, 너 자신에게 사과해"

"뭘 정색하고 말하시는거야앗!! 랄까, 그거 무슨 의미?!"

 

존대 아닌 존대.

ㅡ이런, 위험하다.

류토는 다시 느껴지는 어지러움에 책생위로 머리를 박아버렸다.

 

"이겼다아ㅡ"

 

애써 머리를 들어 확인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른한 표정과 함께 두 팔을 들어올리는 이사장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원래라면 이부분에서 강하게 반박을 해줘야 정상이건만, 시하나와 카제미네의 영향으로 다 달아버렸던 게이지를 채우지 못한탓에 더 이상 반박할 힘도 없이 축 늘어져버렸다.

 

"그나저나ㅡ 왠 밥맛 떨어지는 아침 공부우ㅡ?"

 

빠직.

이어서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에, 아니, 목소리보단 그 말의 의미에, 바닥을 보이며 반짝거리는 반박게이지를 긁어모아서라도 이 부분 만큼은 강하게 반박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ㅡ당신 때문이잖아!!

"체ㅡ엣. 아직 팔팔하잖아ㅡ"

"아오!"

 

쾅. 쾅. 쾅.

다시 책상위로, 이번에는 두어번 연속으로 헤딩하는 류토.

그것을 아무런 감동도 슬픔도 없이 나태한 자세로 관람자가 되어 바라보던 이사장은, 문뜩 류토의 책상 위로 보이는 악보에 안그래도 멍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ㅡ항, 여름방학 숙제구나아ㅡ"

"...어째서 저만 방학숙제가 있는거죠?"

"에ㅡ이, 알면서어ㅡ"

"우리, 계급장 떼고 이야기 할까요?"

"......류토군이 드디어 금단의 영역을ㅡ!"

"당신의 뇌 회로를 진심으로 해부해보고 싶어!!!"

"오ㅡ옷, 방금 미즈츠리랑 이미지가 겹쳤어ㅡ!"

 

박수친다.

 

"...엄마... 나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나요..."

"드디어 현실 도피 단계까지ㅡ!"

"ㅡ누구 때문인데?!"

"누굴까ㅡ? 류토군은 이상해ㅡ"

"누가!?"

"그러니까ㅡ 류토구운ㅡ!~★"

"......죄송합니다. 그 새카만 별만은 치워주세요"

"응ㅡ? 원래 새카맸던게 아니라 썩어서 그런건데ㅡ?"

"그건 그거대로 미묘하게 아픈데요!"

"에ㅡ이,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무슨일로 오신거에요?"

"그 썩은 콩나물 그리기 재밌어ㅡ?"

"제 물음에 대답해주세요... 랄까, 그거 전 세계의 작곡가한테 사과해야할 말 아닌가요?"

"류토군을 괴롭히려고 왔지ㅡ"

"이제와서 대답하지마ㅡ!! ......잠깐 뭐라고요?"

"류토군을 괴롭히려고 왔지ㅡ"

 


정적.

그 속에서 류토의 몸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리고는, 흐읍ㅡ 하며 크게 숨을 들이키는가 싶더니ㅡ

 

"나가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

 

 

 

 

"드ㅡ디어ㅡ, 끝났다ㅡ!"

 

이미 방에서 이사장이라는 방해꾼이 사라진지 30분, 책상위의 밋밋한 직사각형의 디지털 시계는 벌써 7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류토는 앞으로 숙여졌던 몸을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피더니, 이제는 꽤 밝아진 밖을 창문을 통해 멍하니 바라보았다.

봄.

창문이라기 보다는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로 만들어진 여닫이 문 넘어로 타소가레의 장의 뒷뜰에 심어진 거대한 벚꽃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살살 부는 바람에 몸을 실어 날아가는 분홍 꽃잎은, 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겨내고 있었다.

이곳에 온뒤로 저 벚꽃나무를 질리게 보았던 류토였지만, 이렇게 가끔, 멍하니 시선을 주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언제 도착하려나ㅡ"

 

곧 도착할때 됬는데.

류토는 이런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을 간직한 채 떨어지는 벚꽃잎들 중 하나를 따라 시선을 옮기고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새하얀 스케치북.

 

"우왓!"

 

그 순간 류토의 축 늘어졌던 몸이 튀어오르더니, 그대로 의자로 부터 벗어나 땅바닥에 부딪혔다.

 

"아야얏ㅡ"

 

바닥에 부딪혀 얼얼해진 둔부를 문지르며 올려다 보니 보이는 것은 카제미네ㅡ 여동생 쪽인 카제미네 마히루였다.

 

"...마히루?"

 

생긴건 정말 유키루(카제미네)랑 똑같다.

얼굴의 생김새부터 전체적인 신장이나 머리카락의 길이, 그리고 옷스타일까지 비슷하다.

무표정인 얼굴까지도.

유일하게 다른점이라곤 머리색일까.

유키루의 긴 칠흑색의 포니테일이 인상적이라면, 마히루는 긴 블루베리색의 포니테일이 인상적이다.

그것보다 인상적인것이라면......

오른손에는 만년필, 왼손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기운빠지는 표정으로 바라보고있는데, 마히루는 굳게 닫힌 입술을 열어 그 표정에 대답하기 보다는 손에 쥐어진 스케치북을 한장 뒤로 넘기며 류토를 향해 내밀었다.

 

"[류 토 안 녕]"

 

이것은 스케치북에 큼지막하게 적혀진 글자였다.

 

"...아...안녕"

 

류토가 둔부를 문지르던 손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어색하게 인사하자, 마히루는 들고있던 스케치북이 한 장더 넘기며 오른손에 쥐고 있던 만년필로 무언가를 빠르고 쉬원한 동작으로 써내려갔다.

고작 몇 2초 남짓, 그 스케치북이 다시 류토의 눈 앞으로 내밀어졌다.

 

"[전 화 위 급]"

"......혹시 '전화위복'을 말하려는 거야?"

"[니 은 니 은]"

 

하지만 머리는 끄덕이고 있었다.

 

"어느 쪽이야...?"

 

그제서야 "아" 라는 표정을 짓고선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전화위급 이라니?"

"[전 화 위 급]"

"아니, 다시 안보여줘도... 랄까, 무슨 뜻이냐고..."

"[그 건 비 밀]"

 

빠직ㅡ!

 

"ㅡ대체 뭐야 오늘 아침부터!! 왜 단체로 날 괴롭히는 건데?! 새로운 종류의 고문?!"

"[류 토 사 과]"

"사과해야할 사람은 너잖아!?"

"[류 토 애 플]......?"

 

우와.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갸우뚱거렸다.

 

"그것도 아냣!!!"

"[이 상 했 다]"

"이상하다고? 내가?"

"[끄 덕 끄 덕]"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류토.

정말로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초첨을 잃어가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데 그 앞으로 다시 스케치북이 내밀어졌다.

 

"[치 과 필 요]"

"......몇 년전 개그를 치는 거야!?"

 

하지만 자신이 이상하진 않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

 

"[부 루 퉁 퉁]"

"아니, 그런 무표정한 얼굴로 말해봤자... "

"[류 토 바 보]"

"...그거 시하나 흉내?"

"[박 수 짝 짝]"

"맞았어!?"

"[아 니 거 든]"

"어느 쪽이야!?"

"[저 쪽 이 야]"

"............혹시 나 싫어해?"

"......................................[노 코 멘 트]"

"그 이상할 정도로 긴 침묵이 신경쓰여! 엄청!"

 

하지만 더 신경쓰이는 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변하지 않은 표정이다.

포커페이스랄까, 그런 수준이 아니다.

마치 인형이랑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진짜 왜 온거야?"

 

내심, 어딘가의 막장 이사장과 같은 대답이 들려올까봐 조금 움츠러들었다.

 

"[전 화 위 급]"

"그거 대체 무슨 의미냐니까!?"

"[전 화 왔 어]"

"뭐...?"

"[전 화 왔 써]...?"

"어디가 다른건데... 아니, 처음부터 그걸 말했어야지!?"

 

그대로 마시루를 자신의 방에 남겨둔채, 방문을 열고 거실로 뛰쳐나갔다.

뛰쳐나가기 전, 다시 내밀어진 스케치북에 써져있던 [말 했 거 든]을 류토 자신의 특기로 살짝쿵 무시해주고.

부엌을 지나 보이는 현관의 옆에 길게 줄서있는 새까만 가죽 소파가 놓여진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ㅡ

 

"냐아아앗!?"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거실의 한 구석에 놓인 전화의 수화기를 귀에 대고있는 자칭, '히노미 시하나의 이름을 빌려쓰는 외계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시하나의... 아이를 유괴 했다고...?"

 

...왠지 그 전화 상대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누나"

 

한 손으로 아직도 물기가 촉촉하게 묻어나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만에하나의 상황을 위해 물어본다.

 

"...시하나, 그거 누구?"

"...류...류토오오오..."

 

류토의 부름에 돌려진 시하나의 얼굴은, 눈물에 가득 차있었다.

 

"...하아ㅡ... 침착해"

"그... 그치만... 행성 001SAZ의 외계인이 시하나의 아이를..."

 

...이젠 범인은 확실해.

 

"...바꿔줘봐"

 

다시 한숨이 나오려고 했지만, 간신히 삼키고, 시하나가 훌쩍거리며 내미는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부...부탁해 류토... 저 나쁜 외계인이... 시하나...시하나의 아이를..."

"진정하라니까"

 

매정하게 시하나의 정수리로 딱밤이 내려쳐졌다.

꽁.

 

"후갹ㅡ"

 

그렇게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안는 시하나를 내버려두고 손에 들린 수화기를 귓가로 가져갔다.

 

[ㅡ너의 아이, 유우키 사이카의 손바닥에 염소 햝기의 고문을ㅡ]

"ㅡ누나......"

[시켜주... ㅡ어? 류토잖아?! 오랜만!]

"하아.. 도착한거야?"

[응? 음... 그게 말이지...... 미아안!!]

"에?"

[음... 그러니까... 갑자기 아버지 회사에 일이 터져서...]

"......그럼 어쩔수 없겠네..."

[미안, 류토.. 생일인데..]

"아냐, 다른 일도 아니고 아버지 일 때문인걸"

[그래도, 생일선물은 제대로 보냈어!!]

"하핫, 그거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다"

[당연하지. 이래뵈도 니 취향에 딱 맞는 걸 찾아내느라 고생했다고...]

"고마워"

[...당연히 그래야지... 그녀석 부모님을 설득시키느라 개고생했는데...]

"응? 누나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그런데... 이대로 괜찮은거야?"

[뭐가?]

"아니 그... 소속사일 말이야"

[아아ㅡ,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류토가 나보다는 나을껄? 왜, 나 보기와는 다르게 좀 어벙하잖아]

"자각은 하고 계시는 군요"

[헤헤헷. 그렇지. 그리고... 아이들도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고. 하핫, 그러고보니 너, 시하나랑 썸씽 있냐?]

"썸씽?"

[썸씽이라면 당연히 '그거'지]

"Something?"

[혀 굴리지마 이자식아...]

"What do you mean by, 'Something'?"

[......류토가 많이 컸구나?]

"yea... well. The time that we were seperated, for 3 years, I just got grew up like crazily. Maybe from now, I might be taller than you."

[3년... 인가? 그립네...]

"어라..? 화 안내?"

[응? 뭐라고 했니?]

 

전화기 넘어로 오라가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응응. 아, 이게 아니라, 내가 시하나를 조금 놀려줬거든]

"보면 알지만.."

 

그렇게 말해주곤 살짝 뒤를 봐주니, 언제 일어났는지, 어느새 소파위에 앉아있는 코우나의 모습과, 그 품에 안겨있는 시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시하나의 울먹이는 표정을 보며 살짝 황홀한 표정을 짓는 저 진성 S의 마녀.

눈이 마주쳐지자, 피부 빼고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검게 도배된 마녀는 황홀한 미소를 싹 지우고는 왼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했다.

미즈키 코우나.

허리까지 흘러내려오는 긴 흑발과, 살짝 헐렁한 검은 파자마 위로도 뭍어나는 어른스러움.

소유 말하는 언니나 누나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사람이다.

류토도 그런 코우나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너의 아이를 유괴했다ㅡ 라고.]

"...그런 바보 같은 농담을 하는 사람이나, 거기에 넘어가는 사람이나..."

 

아, 한명은 외계인이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큭큭큭... 아하하하하!]

"정말 납치범 같으니까 웃지말고 말을 해"

[큭큭.. 아니, 그랬더니 시하나, 그녀석이 하는 말이, 네...네녀석이 이 시하나의 딸 '유.우.키.' 사야카를?! 이라는 거 있지?]

"하아? 난 그런 딸 둔적 없다고!?"

[...우와 ...너 방금 최악의 말을 했어]

"어디가!?"

[꼭 3살 짜리 딸 둔 아빠가 정부와 바람피는 상황에서 딸의 존재를 들킨 후 하는 변명 같았어]

"미묘하게 사실적이라 무서워, 그거!"

[뭐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당연하지!!"

[그래도, 생각해봐. 나로썬 전화 신호가 가자마자 들려오는 말이 '유우키 시하나 입니다'라고 하면 당황할만 하잖아?]

"......시하나"

 

아파오는 머리에 벽에 몸을 기대며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러주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수화기 넘어로 마후유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조금 익숙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아앗, 아빠가 부른다. 또 무슨일 터진것 같아. 아무튼! 잘지내고. 또 전화 할 수 있으면 할께. 생일선물은 곧 도착하니까, 당황하지마! 절대, 당황하지마!]

"에? 누나ㅡ"

 

뚜ㅡ 뚜ㅡ 뚜ㅡ.

마지막 말이 신경쓰였지만, 이미 전화는 끊겨져 버렸다.

그래도ㅡ

 

"ㅡ힘내"

 

 


 

 

 

"하나쨩, 맛있어?"

"응"

 

현재 류토는 쿄우나의 위에 앉아 도넛을 먹고 있는 외계인을 맞은 편 소파에 앉아 보고있었다.

시하나는 어느샌가 무방비한 잠옷 차림에서 캐쥬얼한 차림으로 바꿔 입었다.

그 차림을 묘사하자면, 먼저 노랑색 탱크탑위에 민트색의 헐렁한 점퍼, 그리고 살짝 긴듯하면서도 짧은, 미묘한 길이의 핑크색 웨이브치마와 빨강 얼룩말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저런 튀는 옷색깔이 저 나이에 소화가 가능한 것도 하나의 재능이 아닐까 라고 볼때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어머, 류토 군, 날 열심히 들여다 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나?"

 

류토의 시선을 눈치 챈 코우나는 시하나의 연노랑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어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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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A:178]
AcceIerator
끝에 살짝 끊긴부분 이어서...


전혀 거짓말이라고, 장난이라고 생각 할수 없을 만큼 순수해보였다.

하지만ㅡ 자신을 필요를 위해, 다시한번 되묻는다.



"예...?"
2012-11-02 20:12:13
추천0
[L:2/A:178]
AcceIerator
하고 끝납니다 .. 1부 완(完)!
2012-11-02 20:13:38
추천0
[L:2/A:178]
AcceIerator
아, 자꾸 쓸자리가 모자라니까 댓글에 쓰게되네요 ㅠㅠ

참고로 이 소설은 본격 음악 소설입니다. 1부는 소개를 위해 꽤나 끌은거에요.
장르는 막장 코미디 순정 성장물 + 음악 입니다!
2012-11-02 20:24:23
추천0
[L:37/A:499]
신태일
참 좋은데 라노같아서
2012-11-02 20:18:38
추천0
[L:2/A:178]
AcceIerator
오? 감사합니다!!
댓글 빠르네요 +_+~!
2012-11-02 20:22:09
추천0
[L:39/A:176]
EIucidator
하-;; 님 대박. 진짜 재밌네. 정말 라노벨 보는줄 알았습니다;
2012-11-02 20:28:24
추천0
[L:2/A:178]
AcceIerator
에.... 재밌나요? 이렇게 까지 반응이 좋을수가?!?!?
감사합니다!!
2012-11-02 21:56:21
추천0
KlRITO
진짜 재밌게읽었어요!!!!!!!
알게이드도 정말 재밌게 보고있었지만; 일상물도 굳.
말장난이 예술입니다 굳!
알게이드도 기다리고 있으니, 수능 힘내세요!! 그런의미에서 추천 쿠궁.
2012-11-02 21:53:38
추천0
[L:2/A:178]
AcceIerator
음... 알게이드도 써야되겠다.. 그런데 이 소설 그냥 심심풀이라서.. 수능끝나고는 알게이드에 몰입할꺼에요.
뭐.. 이 소설도 같이 이어서 쓰긴 하겠다만은..
2012-11-02 21:57:25
추천0
[L:2/A:178]
AcceIerator
실수로 저장눌러버려서 ㄷㄷ;; 아무튼,
감사해요!!!
2012-11-02 21:58:02
추천0
KlRITO
까먹었다가 이제서야 추천하고감 ㅋㅋ
2012-11-03 02:00:58
추천0
[L:8/A:92]
치나바
헐 일러퀄보소
2012-11-02 22:40:04
추천0
[L:2/A:178]
AcceIerator
선만 땄다능... 채색은 다른분이 해주셔소요!
2012-11-02 23:12:13
추천0
[L:21/A:187]
카툰♡
으윽.....이번 글은 그림마저도 완벽하시다닝.....ㅠ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ㅎㅎ
2012-11-03 01:20:54
추천0
[L:2/A:178]
AcceIerator
선..선만땄어요!!! 채색하신 분이 잘한거에요!!
눈물까지야..........
2012-11-03 01:22:17
추천0
[L:8/A:83]
DarkDepuIser
제가 기다리던게 바로 이런소설이였음 ㅋㅋ
재밌게보고감니당---
2012-11-03 01:55:31
추천0
[L:2/A:178]
AcceIerator
와, 레벨0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물, 확실히 많이 없죠~;
2012-11-03 10:31:38
추천0
[L:10/A:293]
이그니르
..라노벨이네. 음. 라노벨이야.

...길다
2012-11-07 16:53:32
추천0
[L:2/A:178]
AcceIerator
라노벨...라노벨이다...길다...길어길어 투 비 컨틴뉴....
2012-11-07 17:20:21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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