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닦으며 - 최동일
호- 하고 입김을 불었더니
은빛 추억의 부스러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나의 몸은 가벼워져서
갑자기 허공으로 떠올랐다
풍선 속에는
허기진 바람의 모가지들이
출구를 향해서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때로 흉흉한 기억들이 수억의 햇살로 번져와서
예리하게 내 얼굴 위에 꽂히곤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벽면에 쉴새없이 부딪쳐 반사되는
암갈색 시간의 촉수들
나는 엷은 천으로 조심스레
혼미한 나를 조금씩 닦아낸다
오만을 비워낸 거울은 언제나 맑고 태연하다
참다운 나의 스승, 그는 언제나 거울이었다
안개는 넓은 옷자락을 벌려
계곡 속에 묻힌 아지랑이들을 한 올씩 캐내고
나는 또 한 번 굴절되는 나의 생애를 본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나의 몸에서
비린내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