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빗자루의 추억-강은교
어둠이 찐득찐득 벽아래
누워 있던 그 복도,
청소 도구함에 꽂혀서 천정을 보고 있던 빗자루 하나
공중을 향하여 자랑스레 고개를 쳐들고 있던 은빛 빗자루 하나
찢어진 먼지알 하나도 가슴에 깊이 품는 빗자루 하나
그 먼지알 종일토록
껴안고 핥아대는 빗자루 하나
빗자루 하나의 통통한 가슴이 허공에 빛난다
누가 자꾸 여는가, 그 문
모래 투성이,
열어대는가,
오늘 참 눈부시게 빛나는, 빛나는 빗자루 하나
은하의 별처럼 빛나는, 빛나는 빗자루 하나
우리 모두 끌고 가는 은빛 빗자루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