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을 지니고 - 신석정
나무 사이로
가시 사이로
잎 사이로
옆 맥이 드러나게 햇볕이 흘러들고
젊은 산맥 멀리 푸른 하늘이 넘어갑니다
어머니
한때는 하늘을 잃어버리고
한때는 햇볕을 잃어버리고
슬픈 전설을 가슴에 지닌 채
죄 없는 짐승처럼 살아왔지만
죄 없는 짐승처럼 살아왔지만
하늘이 너무 푸르지 않습니까?
햇볕이 너무 빛나지 않습니까?
어머니
당신은 이제 아예 슬픈 전설을 빚어내지 마십시오
너그러운 햇볕을 안고
저 푸른 하늘을 우러러
무성한 나무처럼 세차게 서서
무성한 나무처럼 세차게 서서
슬픈 전설은 심장에 지니고
정정한 나무처럼 살아가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