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시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감상 : 이 작품은 민중시가 나아가야 할 모델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중년 노동 자의 고단한 삶을 통애 민중의 아름을 말하고 있다. 절제된 감정을 통해 시인 스스로가 시적 화자(노동자)에 다가감으로써, 다른 민중시가 가지고 있는 흠이 되는 요소인 지식인 화자의 목소리와 시적 상황과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