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독백-권오범
+ 지구의 독백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태양
짝사랑하느라 허송세월 할지라도
화끈한 느낌만으로도 족해
가지가지 생명체를 잉태할 수 있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우여곡절 끝에 중심 잡았건만
잘못 키운 영장류 하나 때문에
스트레스가 떠날 날이 없는 몸
이골이 난 자반뒤집기로
애먼 세월만
무시무종 끌어당겨 허비하다보니
나도 몰래 오르는 체온
되바라진 인간들이
갈수록 묘혈을 파
몸살로 시난고난하다
결국엔 나도 달처럼 결딴나겠지
(권오범·시인)
* 자반뒤집기: 고통을 못 이겨 몸을 마구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 시난고난: 병이 오래 끌면서 점점 악화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