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의 기(旗) : 김남조(金南祚) 시
정념의 기(旗) : 김남조(金南祚) 시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 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
보는 이 업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 감상 : 마음 속에 움직이는 갈등, 번민을 넘어서서, 영혼의 순수함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소 망을 노래한 시.
- 마음